
울산항은 전국 액체화물의 30% 이상을 처리하는 석유·화학 중심의 국가 전략 항만이다. 선박 자동식별, 하역 자동화, 위험물 실시간 모니터링, 기상 예측 등이 통합된 지능형 항만 시스템이 절실하다. 지정학적으로 울산은 일본과 마주한 한반도 동남단에 위치해 해저 광케이블 접속이 가능한 해상 디지털 관문이다. AI 연산과 클라우드 인프라가 수도권에서 분산형으로 전환되는 흐름 속에 울산의 전략적 입지는 더욱 주목받고 있다. 특히 울산 앞바다는 30m 이내의 적정한 수심과 일정한 해류 흐름, 완만한 해저지형을 갖춰 수중 데이터센터 입지로 적합하다. 2024년부터 울산시와 한국해양과학기술원, GS건설, 포스코 등이 협력해 약 10만 대 서버 규모의 수중 데이터센터 단지 구축을 위한 설계·시공·운영 원천기술 개발을 진행중이다. 울산은 해양 냉각 효율, 해저 안정성, 해양 장비 기술 등에서 유리한 조건을 갖춘 만큼, 차세대 해상 디지털 허브로의 도약 가능성이 높다. 국내 최초의 수중 데이터센터 구축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향후 진행될 표준모델 개발과 실증 단계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
또한 울산은 민간 조선산업과 국방 산업이 공존하는 국내 유일의 도시다. 민간 산업에서 축적된 AI 기반 예지정비, 디지털 트윈, 해양 물류 최적화 기술은 국방 분야로의 확장이 가능하다. 여기다 울산은 자율주행과 UAM(도심항공교통) 실증에도 최적화된 지형 조건을 갖추고 있다. 산업단지, 주거지, 항만, 공항이 인접해 다양한 교통 기술의 실증이 가능하며, V2X 인프라와 초정밀 지도, 통합 관제시스템도 구축되어 있다. 한국형 UAM 예타 사업에서 울산이 통합 실증지로 선정되어, 2027년까지 육상과 공중에서 AI 기반 미래 교통 기술이 본격적으로 실증될 예정이다. 고령화와 인구감소라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도 울산은 이를 위기보다 기회로 삼고 있다. 환경 민원 예측 시스템을 전국 최초로 도입했으며, 교육·복지 분야에도 AI 기술을 확대 적용해 노동력 부족에 대응하고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다시말해 울산은 데이터, 사용자, 인프라, 입지라는 AI 생태계의 4대 조건을 고르게 갖춘 실행형 도시다. 기술력만이 아니라 그것을 구현해 낼 역량이 중요한 지금, 대한민국 AI 전략을 실험이 아닌 현실로 이끌어갈 전초기지는 울산일 수밖에 없다.
조영신 울산테크노파크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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