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기상청은 18~19일 울산을 포함한 남부지방에 북태평양 고기압 확장과 남쪽 산대 수증기 충돌로 300㎜ 이상, 시간당 최대 80㎜의 폭우가 쏟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집중호우는 한난경계(찬 공기와 따뜻한 공기 경계선)에서 비롯돼 중부지방에 이어 남부지방까지 강타할 전망이다. 특히 야간 집중호우가 예고되면서 하천 범람, 산사태, 저지대 침수 등 2차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이날 오후 4시 기준 사연댐 수위는 49.33m로, 집중호우 시작 전인 12일(46.9m) 대비 크게 상승했다. 울산시는 현재 여유 방류로 수위를 조절 중이지만, 예측 불가능한 게릴라성 호우 앞에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사연댐 구조적 한계다. 1965년 대곡천 하류에 들어선 이 댐은 수위 조절용 수문이 없는 형태로 비가 많이 내려 저수지가 가득 차면 상류의 반구천 암각화까지 물이 차오를 수밖에 없다. 수위가 53m를 넘으면 암각화가 침수되기 시작해 57m에서는 완전히 잠긴다. 매년 긴 장마철에는 5~6개월간 물에 잠기며, 빗물에 떠내려온 오물이 쌓여 ‘물고문’이라는 표현까지 나올 정도로 문화유산 훼손 우려가 크다.
정부는 암각화 발견 50주년을 맞아 댐에 폭 15m 수문 3개를 설치하는 대책을 마련했다. 약 640억원 규모의 ‘사연댐 안전성 강화사업’은 환경부, 낙동강유역환경청, 국가유산청, 울산시 등이 참여해 진행 중이다. 하지만 사업은 당초 계획보다 늦어져 2030년 마무리로 전망된다. 그 사이 울산시는 여유 방류로 버티며, 국보급 문화유산 보호와 시민 식수원 관리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떠안고 있다.
지역사회는 이번 주말 이후 관광객이 대거 몰릴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세계유산 등재 후 처음 찾은 외지인들이 물에 잠긴 암각화를 보게 되진 않을까”하는 초조한 분위기다. 시민들 사이에선 “물폭탄이 쏟아지는데 수문 설치는 아직 멀고, 수위는 계속 오르고 있다”며 불안감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이번 주말까지 실시간 수위를 모니터링하며 수위를 조절해 나갈 계획”이라면서 “암각화 보호와 시민 안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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