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 프랑스 파리에서 국제적 규모인 미술 전람회가 시작됐다. 매일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방문객으로 북적였다. 동시대 시각예술 전형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람회 인기는 짐작대로였다. 코로나 이후 이상하리만큼 고조된 한국에서의 미술 광풍은 유럽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만 우리와 차이가 있다면 사람들의 시선이 특정 작가, 특정 장르에 집중되지 않고 다양한 작가, 다채로운 기법의 미술품에 골고루 분산돼 있었다. 관람객들은 국적·나이·의도 등 미술품 자체에 대한 궁금증 이상으로 그 작품을 완성한 작가의 프로필에도 호기심을 드러내며 긴 질문을 이어갔다. -프랑스 파리 현지에서 김언영 작가
프랑스 파리 에펠탑 맞은편, 그랑팔레 에페 메르에서 지난 15일 대규모 아트페어 ‘아트 캐피털’이 개막했다. 울산 민화작가 김언영 작가는 아트 캐피털 내 4개 프로그램 중 하나인 ‘살롱 꽁빠레종 2022’에 참여했다. 김 작가는 개막 전 파리에 도착한 뒤 현재까지 머물고 있다. 24일 귀국을 앞둔 김 작가는 하루에 한 차례씩 그곳의 분위기를 본지에 전하고 있다. 그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해외 전람회를 직접 참관했다며, 두려움을 안고 출발한 외유였으나 지금은 정반대가 됐다고 했다.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해 울산문화 예술계가 예전처럼 활력을 찾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듯했다.
종일 북적이는 전람회 안에서 김 작가는 파리지앵의 미술 사랑을 실감했다고 털어놨다. 그들의 시선과 태도에서 흔히 말하는 ‘일상의 문화 예술’을 느꼈다고 했다. 프랑스 한국 대사관이 초청한 한국작가 부스전에는 회화, 도자기, 섬유, 사진 작품이 소개됐다. 다른 부스에 비해 다양한 장르가 선보였고, 영상작품 2점도 포함됐다. 동양적 색채와 낯선 재료 앞에서 그들은 오랫동안 탐색의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디지털 강국 면모가 미술작품에도 스며들어 있다며 놀라워했다. 운송비용과 파손 우려 때문에 좀 더 큰 작품을 가져오지 않은 것이 후회될 정도였다. 언젠가는 새로운 작품으로 다시 한번 해외 전람회에 참여해야겠다는 각오도 생겨났다.
어느 외국인은 그의 민화 앞에서 아들 내외 사연을 들려줬다. 한국인 아내를 만나 한국에 살고 있는 아들을 코로나로 3년째 만나지 못하고 있다며 미술품이 아들과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고 고마워했다. 그러면서 팬데믹 중에도 전람회를 위해 낯선 타국으로 기꺼이 날아온 작가들에게 존중과 감사의 메시지를 진심으로 전했다.
김 작가는 이번 전람회의 가장 큰 수확은 새로운 기법의 낯선 미술을 원 없이 직관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전업작가들 모두가 힘든 시간을 버텨냈다”며 “이번 전람회는 개인적으로 성찰의 시간, 성장의 기회였다. 세상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얻은 것이 가장 큰 결실”이라고 덧붙였다.
정리=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