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여년 이상 국공립박물관에서 학예사로 지내 온 최선주 국립경주박물관장이 신간 <박물관 큐레이터로 살다>를 냈다. 그는 큐레이터에 대해 손때 묻은 유물을 다루면서 그 가치를 찾고 유물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일을 하면서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말없이 일하는 사람들이라고도 했다.
이 책은 우리나라 박물관 110년의 역사 중에서 전환기라 할 수 있는 1990년 이후부터 현재까지 국립박물관 큐레이터로 일하면서 경험한 소회를 다루고 있다.
저자는 불교조각을 전공한 큐레이터로서 국립중앙박물관 불교조각실 전시에 얽힌 이야기, 영월 창령사 터 오백나한상을 비롯하여 수많은 특별전을 기획하며 보람을 느꼈던 일들을 진솔하게 담아냈다. 마치 박물관의 전시도록을 보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온 하남 하사창동 고려 철불’에서는 높이 2.8m, 무게 6.2t의 철불 이동 과정의 뒷이야기를 들려준다. “경복궁 지하 전시실에서 나올 때 벽면을 통째로 허문 뒤 크레인을 이용해 무진동 트럭에 실어 용산으로 옮겼다”며 “철불 무게보다 무겁게 만든 상자를 대형 트럭에 싣고 실제 상황처럼 운반하는 시뮬레이션도 했다”고 했다.
이와 함께 ‘옛사람들의 풍류와 여행’ ‘고대 유물과 현대 미술의 만남’ ‘박물관에 온 조선 왕릉 호랑이’ 등 연구자로서, 현장 경험자로서의 풍부한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 홍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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