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영이 ‘예향’으로 불리게 된 사연은 400여 년 전 임진왜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 뿌리는 경상·전라·충청 3도 수군의 본영이던 삼도수군통제영의 역사와 맞닿는다. 통제영에서는 각종 군수 물자를 조달하기 위해 12공방이 설립됐고 그곳에 팔도의 장인들이 모여들며 다양한 공예 예술이 꽃을 피웠다. 통영은 이런 역사문화를 바탕으로 이번엔 현대미술과 접목한 새로운 문화예술 플랫폼을 구축한다. 18일 개막하는 ‘제1회 통영국제트리엔날레’ 이야기다.
트리엔날레(triennale)는 이탈리아어로 ‘3년마다’를 의미하는 형용사다. 흔히 알려진 비엔날레(biennale)가 2년마다 열리는 국제미술전이지만, 3년마다 국제적인 미술제를 개최하겠다는 것이다. 천혜의 자연을 활용해 가칭 ‘울주간절곶트리엔날레’를 준비하는 울산으로서도 충분히 참고할 만하다.
제1회 통영국제트리엔날레는 ‘통영;섬·바람’ 주제로 18일부터 5월8일까지 52일간 통영시 곳곳에서 개최된다. 국내 최초로 섬과 섬, 섬과 육지, 전통과 현대를 잇는 미술제를 표방한다. 폐건물과 역사문화 공간을 활용하는 공간재생형 행사도 추진한다. 미술에 더 해 음악, 무용, 미디어아트 등 다양한 장르를 함께 아우르는 융복합형 국제예술제를 만든 것이다.
주제전 ‘TAKE YOUR TIME’은 국제커미셔너 다니엘 카펠리앙의 기획 아래 11개국 35명의 작가가 참여하고 회화, 조각, 설치, 영상, 사진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폐조선소인 옛 신아SB 연구동을 활용해 1층에서 6층까지 전 공간을 체험장으로 꾸민다. 미디어아트의 떠오르는 샛별, 프랑스 작가인 쥬스틴 에마르의 작품과 ‘푸른 눈의 수행자’로 유명한 현각스님의 작품, 세계적인 뉴미디어 아티스트 모리스 베나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공예특별전 ‘수작수작’(手作秀作)은 통영시립박물관에 마련한다. 조혜영 국내 큐레이터의 기획 아래 통영 나전, 통영 대발, 통영 갓, 통영 장과 소반, 통영 누비 등 통영 12공방 장인들과 현대공예작가들까지 총 17명의 작가의 공예품을 보여준다. 재료 장만부터 전용 도구, 제작 완료까지 통영 12공방의 프로덕션 과정을 다루는 것이 특징이다.
통영하면 고 전혁림 작가도 빼놓을 수 없다. 고인의 특별전인 ‘통영 바다, 그리고 영혼의 빛’은 전혁림 미술관에서 진행된다. ‘한국의 피카소’ 전혁림 화백의 삶과 작품을 통해 한국근현대 미술사를 들여다볼 수 있다.
‘옻칠특별전-전통을 잇는 현대’은 한국현대 옻칠회화의 선구자 김성수 작가의 옻칠 역사 70년을 집대성한다. ‘전통을 잇는 현대’라는 주제로 통영 옻칠미술관에서 개최된다.
‘섬 연계전’도 있다. 국내 최초 섬 연계 트리엔날레를 표방하는 행사답게 통영의 대표 섬인 한산도, 연화도, 사량도를 전시공간으로 활용한다. 충무공의 혼이 서린 한산도 제승당에서는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를 기반으로 한 융복합 미디어아트 작품이 전시된다. 사량도 사량중학교에서는 섬마을 사람들이 펼친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전시된다. 불교성지 연화도의 연화사는 ‘바다너머 피안’이라는 주제로 선화의 대가 성각 스님의 작품전을 마련한다.
이와 함께 통영 시내 곳곳에서는 ‘통영골목트리엔날레’라는 이름으로 플리마켓과 거리예술 페스티벌이 진행된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