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 진달래/ 분홍빛 예쁜 꽃/ 진달래 진달래/ 분홍빛 먹는 꽃// 진달래 진달래/ 온 산에 피면/ 풀꾹풀꾹 풀꾹새/ 따라서 우네// 풀꾹새 풀꾹새/ 배고파 우는 새/ 풀꾹풀꾹 우는 소리/ 배고파배고파하는 소리네// 풀꾹풀꾹 풀꾹풀꾹/ 우는 소리 들으면/ 배고파 배고파/ 나도 더 배고파// 지난달래꽃 따먹으러/ 산으로 갔지/ 많이많이 먹을려고/ 혼자서 갔지~
조정래의 <태백산맥> 4권에 실린 이 시의 작자는 육학년 이반 이십칠번 허명길이다. 제목은 ‘미운 진달래’. 배가 하도 고파 진달래를 마구 먹었다가 설사를 한다는 내용이다. 아이의 시선으로 써 내려간 이 시는 고단한 민중들의 삶을 그대로 보여준다. 배가 얼마나 고팠으면 풀꾹새(뻐꾸기)조차 풀꾹풀꾹 울었을까. 오는 5월5일이면 여름으로 들어간다는 입하(立夏)다. 봄은 점점 퇴색하고 산과 들에는 신록이 짙어간다. 계절은 싱그러운데 먹을 것은 없는 계절이다. 이름하여 보릿고개다. 보리가 여물지 않은 상태에서 지난해 가을에 걷은 식량은 다 떨어진 상태다.
청계천이 밤새 별 이는 소리를 내더니/ 이팝나무 가지에 흰쌀 한 가마쯤 안쳐놓았어요// 아침 햇살부터 저녁 햇살까지 며칠을 맛있게 끓여놓았으니/ 새와 벌과 구름과 밥상에 둘러앉아/ 이팝나무 꽃밥을 나누어 먹으며 밥정이 들고 싶은 분// 오월 이팝나무 꽃그늘 공양간으로 오세요/ 저 수북한 꽃밥을 혼자 먹을 수는 없지요/ 연락처는 이팔팔에 이팔이팔 ‘이팝나무 꽃밥’ 전문(공광규)
이 맘때가 되면 곳곳에 이팝나무가 꽃을 피운다. 이팝나무는 멀리서 바라봤을 때 꽃송이가 사발에 소복이 얹힌 흰 쌀밥처럼 보인다해서 이름붙여졌다. 처음에는 ‘이밥(쌀밥) 나무’라고 했다가 ‘이팝’으로 변했다고 한다. 혹자는 꽃이 입하(入夏)에 피기 때문에 입하목(入夏木)이라 불렀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이팝’으로 바뀌었다고 주장한다. 이팝나무 외에 조팝나무도 있다. 하얀 꽃이 마치 튀긴 좁쌀 같다 하여 좁쌀밥 또는 조팝 나무라고 불렸다고 한다.
<사기> ‘역이기전’에 이런 말이 있다. ‘왕된 자는 백성을 하늘로 여기고, 백성은 먹는 것을 하늘로 여긴다’(王者以民爲天 而民以食爲天). 최근 물가와 금리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높디 높은 보릿고개를 넘으며 왕(王) 된 자의 도리를 생각해본다.
이재명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