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장 주변 가슴 통증이 자주 반복된다면 협심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협심증은 제때 관리와 치료가 진행되지 않으면 생명을 위협하는 심근경색으로 악화할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20년 협심증으로 의료기관을 찾은 환자 수는 67만4598명으로 집계됐다. 2010년 50만3825명보다 10만명 이상 늘어났다. 50세 이상 환자가 65만4666명으로 전체 환자의 97%인데, 그중 50세 이상 남성이 38만4672명으로 절반 이상이다.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단계로 발전할 수 있는 협심증에 대해 박상우 울산대학교병원 심장내과 교수와 함께 알아본다.
◇돌이 가슴 누르는 듯한 증상
협심증은 심장근육의 산소요구량과 공급량의 불균형이 생길 때 발병하는 질환이다. 동맥 내벽에 콜레스테롤 등 찌꺼기가 쌓여 혈관이 좁아지며 통증이 나타난다.
협심증이 발생하면 무거운 돌로 가슴을 누르는 듯 조이는 증상이 나타난다. 가만히 있을 때 가슴 통증이 생기는 것보다 운동 중이거나 무거운 물건을 들었을 때, 스트레스 상태일 때, 과식으로 심장 근육이 빨리 뛸 때 발생한다. 즉 몸을 움직이면 필요한 혈액이 공급돼 심장이 더 빨리 뛰어야 하는데, 좁아진 관상동맥으로 심장근육이 필요로 하는 산소공급이 제한되면서 통증이 생기는 것이다. 또 아드레날린 같은 호르몬 분비로 심장이 빨리 뛰면, 좁아진 동맥이 무리해 증상이 나타난다. 이런 통증은 운동을 멈추거나 스트레스가 없어지면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박상우 교수는 “가슴 통증이 가장 많고, 간혹 어깨나 복부, 팔로 이어지기도 한다. 다만 통증은 1~2분 사이에 사라진다”며 “변이 협심증의 경우 통상적인 협심증과 달리 관상동맥 경련으로 발생한다. 통증은 밤이나 새벽, 음주 후에 주기적으로 생기는 것이 특징이다”고 설명했다.
◇가슴 통증, 협심증 아닐 수도
가슴 통증의 원인은 다양하다. 이 때문에 가슴 통증이 있다고 무조건 협심증은 아니다. 협심증은 대부분이 고혈압, 흡연, 당뇨병, 비만, 고지혈증 등으로 생긴 동맥경화로 인한 관상동맥의 협착이 원인으로 생긴다. 그 외에는 정신적 스트레스, 운동 부족 등이 있다. 드물게 심한 빈혈이나 갑상선기능 항진증도 협심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공복에 속쓰림이나 식후 속쓰림이 있는 경우 식사에 의한 증상의 악화·완화가 나타난다면 십이지장궤양이나 위궤양과 같은 질환을 먼저 의심해 봐야 한다. 또 혼자 있을 때 특히 불안해지면서 가슴 통증이 생긴다거나, 수 초간 칼로 찌르듯 아픈 경우는 신경과민이나 정서적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 대해 의료지식이 없는 일반인은 완벽하게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의 위험 인자를 갖고 있거나, 뇌졸중, 말초동맥질환 등과 같은 동맥경화와 관련한 혈관 관련 질환이 있으면 고위험군으로 주의해야 한다. 방치할 경우 심근경색 등 목숨을 앗아가는 치명적인 질환으로 진행할 수도 있다. 특히 협심증 중 심근경색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 ‘불안정형 협심증’이다.
박 교수는 “4~6주 이내에 갑자기 협심증으로 의심되는 가슴 통증이 새롭게 발생하거나, 가슴 통증이 나타날 때마다 강도가 증가하거나 횟수가 많아지고, 안정을 취할 때나 가만히 있어도 가슴 통증이 생기면 ‘불안정형 협심증’을 의심하고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생활 습관 치료 우선해야
협심증 치료에서 가장 우선해야 할 것이 생활 습관 치료다. 금연은 절대적이고, 너무 기름진 음식도 피해야 한다. 고혈압이나 당뇨병은 약물이나 운동으로 반드시 조절해야 한다.
다음은 병원에서 처방해주는 항협심증 약물이다. 니트로글리세린은 갑자기 흉통이 발생할 때 효과적이라 협심증이 있다면 반드시 알약이나 스프레이 제제를 가지고 다니는 것이 좋다.
동맥이 좁아지지 못하게 하는 스텐트를 삽입하는 관상동맥 중재술도 있다. 협심증 감소에 효과가 좋아 많이 쓰인다. 다만 시술받은 환자 10%는 1년 내 재발한다.
협심증은 기본 건강검진으로는 확인할 수 없다. 일반적인 건강검진은 암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정상이라는 결과가 나왔어도 심장질환이 없는 것은 아니다.
건강검진으로 협심증을 확인하려면 관상동맥의 동맥경화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관상동맥 칼슘 CT나 관상동맥 CT와 같은 검사를 따로 해야 한다.
협심증이 있다고 운동을 피할 필요도 없다. 자신의 상태에 맞는 운동을 선택해 꾸준히 운동량을 늘려가는 것이 좋다. 다만 협심증이 갑자기 발병한 상태에서 아직 치료받지 않았거나, 치료받아도 통증이 있는 환자, 안정 시에도 통증이 있는 환자는 운동을 당분간 피해야 한다.
박 교수는 “협심증이 있는데 담배를 계속 피우면 동맥경화가 꾸준히 진행하고 결국 심근경색이 올 가능성이 커진다. 협심증이 있다면 금연은 필수다.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치료, 체중조절, 규칙적인 운동 등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상헌기자 honey@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