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251)]문 기대어 기다리는 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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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251)]문 기대어 기다리는 맘
  • 이재명 기자
  • 승인 2022.05.1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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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논설위원

지난 8일은 부처님 오신날이자 어버이날이었다. 혹자들은 위대하기로 말할 것 같으면 부처님 보다 어버이가 더 위대하다고 말들을 한다. 그런데 어버이 둘을 굳이 비교하자면 아버지는 어머니의 발꿈치도 못따라 간다. 5월8일은 원래 어머니 날이었다. 1956년 지정된 어머니 날은 아버지가 서운해한다는 이유로 1973년 어버이날로 이름이 바뀌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낳실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를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며/ 손발이 다닳도록 고생하시네// 하늘아래 그 무엇이 넓다 하리요/ 어머님의 희생은 가이 없어라// 어려선 안고 업고 얼려주시고/ 자라선 문 기대어 기다리는 맘// 앓을 사 그릇될 사 자식 생각에/ 고우시던 이마 위엔 주름이 가득// 땅 위에 그 무엇이 높다 하리오/ 어머니의 정성은 지극하여라



양주동 작사, 이흥렬 작곡의 ‘어머니의 마음’은 1930년대에 만들어졌다. 양주동은 자신을 지극 정성으로 키워주시다 일찍 세상을 떠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 시를 썼는데, 그 시가 노랫말이 됐다.

‘어머니의 마음’의 가사는 불교 경전인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어머니의 은혜 10가지를 새긴 경전)을 떠올리게 한다. 그 중에서도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며’라는 가사는 부모은중경의 구절을 그대로 인용한 것이다. 한자로는 ‘회건취습은(廻乾就濕恩)’, 우리말로 풀이하면 ‘어머니 자신은 진자리에, 자식은 마른자리에 눕힌다’는 뜻이다.

또 가사 중 ‘자라선 문 기대어 기다리는 맘’은 밖에 나간 자식을 기다리는 어머니의 마음을 표현한 구절이다. 중국 전한(前漢)의 유향이 쓴 ‘전국책’에 왕손가(王孫賈)의 어머니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는 15세에 제나라 민왕을 모시는 신하가 됐다. 그런데 그 어머니는 아들이 나가 집에 늦게 돌아올 때면 늘 문에 기대서서 기다리곤 했다. 여기서 의문지망(倚門之望)이란 말이 나왔다.

탈무드에 ‘신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어 어머니를 만들었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가족에 대한 아버지의 말없는 희생은 어머니의 그것과는 또 다른 차원이다.


술병은 잔에다/자기를 계속 따라주면서/속을 비워간다//빈 병은 아무렇게나 버려져/길거리나/쓰레기장에서 굴러다닌다//바람이 세게 불던 밤 나는/문 밖에서/아버지가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나가보니/마루 끝에 쪼그려 앉은/빈 소주병이었다 -‘소주병’ 전문(공광규)

이재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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