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252)]추억 속의 아카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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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252)]추억 속의 아카시아
  • 이재명 기자
  • 승인 2022.05.1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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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논설위원

고향 땅이 여기서 얼마나 되나/ 푸른 하늘 끝닿은 저기가 거긴가/ 아카시아 흰 꽃이 바람에 날리니/ 고향에도 지금쯤 뻐꾹새 울겠네



5월 중순으로 접어들면서 산록에는 어느새 하얀 아카시아 꽃이 활짝 폈다. 윤석중 작사, 한용희 작곡의 동요 ‘고향땅’은 1956년 국정음악 교과서를 통해 발표됐다. 6·25전쟁 후 고향을 떠나 사는 실향민이 많았던 시대적인 상황이 이 노래에 담겨 있다. 아카시아 꽃이 나오는 동요로는 1972년 발표된 박화목 작사, 김공선 작곡의 ‘과수원길’도 있다.

그런데 이 두 동요의 ‘아카시아 꽃’은 정확하게 말하면 ‘아까시나무 꽃’이다. 아까시나무의 학명은 ‘로비니아 슈도아카시아(Robinia pseudoacacia)’다. 스페인의 로빈 대령이 신대륙에서 아카시아와 비슷한 나무를 유럽으로 가져왔는데 스웨덴 식물학자 칼 폰 린네가 그의 이름을 따서 속명을 ‘로비니아’로 명명했다. 종속명은 아카시아를 닮았다는 뜻의 ‘슈도아카시아’라고 붙였다. 아까시나무는 영어로는 false acasia라고 쓰는데, 뜻은 가짜 아카시아 나무라는 뜻이다.

▲ 아까시나무
▲ 아까시나무

진짜 아카시아나무는 열대성 상록수로 기린이 잎을 먹는 키가 큰 나무다.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나무다. 국어사전에는 아카시아를 ‘아까시나무를 일상적으로 이르는 말’로 기록해 놓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없는 아카시아를 전 국민들에게 알린 것은 왕년의 톱스타 정윤희였다. 정씨는 1976년 껌 광고 모델로 나오면서 아카시아 꽃 향기를 껌으로 연결시켰다. 대부분 사람들은 지금도 아까시나무 꽃 보다는 아카시아 꽃이 더 친근하다. 광고의 힘이 새삼 느껴지는 대목이다.

아까시나무는 척박한 땅에서도 빨리 자라고 빠르게 번져 산림녹화에 가장 많이 사용됐다. 아까시나무 뿌리에는 공기 중의 질소를 이용할 수 있는 뿌리혹박테리아가 공생한다. 그래서 다른 나무가 잘 자라지 못하는 메마른 민둥산에도 살아갈 수 있다. 여름철 홍수예방과 산사태방지, 산성비와 공해에 대한 중화능력도 뛰어나 우리에게 맑은 공기를 제공해준다. 아까시나무(30년생 기준)는 연간 1㏊당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약 13.8t에 이른다. 국내 수종 중 온실가스 흡수 능력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상수리나무(14t)와 비슷한 수치다.

동구 밖 과수원 길 아카시아 꽃이 활짝 폈네/ 하이얀 꽃 이파리 눈송이처럼 날리네/ 향긋한 꽃 냄새가 실바람 타고 솔솔/ 둘이서 말이 없네 얼굴 마주 보면 쌩긋/ 아카시아 꽃 하얗게 핀 먼 옛날의 과수원 길…. 이재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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