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향 땅이 여기서 얼마나 되나/ 푸른 하늘 끝닿은 저기가 거긴가/ 아카시아 흰 꽃이 바람에 날리니/ 고향에도 지금쯤 뻐꾹새 울겠네
5월 중순으로 접어들면서 산록에는 어느새 하얀 아카시아 꽃이 활짝 폈다. 윤석중 작사, 한용희 작곡의 동요 ‘고향땅’은 1956년 국정음악 교과서를 통해 발표됐다. 6·25전쟁 후 고향을 떠나 사는 실향민이 많았던 시대적인 상황이 이 노래에 담겨 있다. 아카시아 꽃이 나오는 동요로는 1972년 발표된 박화목 작사, 김공선 작곡의 ‘과수원길’도 있다.
그런데 이 두 동요의 ‘아카시아 꽃’은 정확하게 말하면 ‘아까시나무 꽃’이다. 아까시나무의 학명은 ‘로비니아 슈도아카시아(Robinia pseudoacacia)’다. 스페인의 로빈 대령이 신대륙에서 아카시아와 비슷한 나무를 유럽으로 가져왔는데 스웨덴 식물학자 칼 폰 린네가 그의 이름을 따서 속명을 ‘로비니아’로 명명했다. 종속명은 아카시아를 닮았다는 뜻의 ‘슈도아카시아’라고 붙였다. 아까시나무는 영어로는 false acasia라고 쓰는데, 뜻은 가짜 아카시아 나무라는 뜻이다.

진짜 아카시아나무는 열대성 상록수로 기린이 잎을 먹는 키가 큰 나무다.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나무다. 국어사전에는 아카시아를 ‘아까시나무를 일상적으로 이르는 말’로 기록해 놓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없는 아카시아를 전 국민들에게 알린 것은 왕년의 톱스타 정윤희였다. 정씨는 1976년 껌 광고 모델로 나오면서 아카시아 꽃 향기를 껌으로 연결시켰다. 대부분 사람들은 지금도 아까시나무 꽃 보다는 아카시아 꽃이 더 친근하다. 광고의 힘이 새삼 느껴지는 대목이다.
아까시나무는 척박한 땅에서도 빨리 자라고 빠르게 번져 산림녹화에 가장 많이 사용됐다. 아까시나무 뿌리에는 공기 중의 질소를 이용할 수 있는 뿌리혹박테리아가 공생한다. 그래서 다른 나무가 잘 자라지 못하는 메마른 민둥산에도 살아갈 수 있다. 여름철 홍수예방과 산사태방지, 산성비와 공해에 대한 중화능력도 뛰어나 우리에게 맑은 공기를 제공해준다. 아까시나무(30년생 기준)는 연간 1㏊당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약 13.8t에 이른다. 국내 수종 중 온실가스 흡수 능력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상수리나무(14t)와 비슷한 수치다.
동구 밖 과수원 길 아카시아 꽃이 활짝 폈네/ 하이얀 꽃 이파리 눈송이처럼 날리네/ 향긋한 꽃 냄새가 실바람 타고 솔솔/ 둘이서 말이 없네 얼굴 마주 보면 쌩긋/ 아카시아 꽃 하얗게 핀 먼 옛날의 과수원 길…. 이재명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