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내장과 녹내장]갈수록 ‘눈이 침침’...단순 노안 아닐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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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내장과 녹내장]갈수록 ‘눈이 침침’...단순 노안 아닐수도…
  • 전상헌 기자
  • 승인 2022.06.01 0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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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규 울산대학교병원 교수가 백내장 증상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민의 기대 수명이 높은 국가 중 하나다. 이에 노인성 만성질환의 유병률은 점점 증가하고 있고, 대부분의 의료 행위가 이러한 노인성 질환의 조기 발견과 치료에 집중돼 있다. 안과 분야 역시 마찬가지다. 백내장과 녹내장은 각종 매체에서 흔하게 접하는 대표적인 노인성 안과 질환이지만 그 차이를 정확히 알고 있는 환자들은 생각 외로 많지 않다. 이창규(안과) 울산대학교병원 교수와 함께 백내장과 녹내장의 정의와 원인, 치료 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백내장 ‘노화가 주원인’

백내장이라고 하면 얼핏 눈동자가 하얗게 덮이는 모습을 머릿속에 떠올린다. 실제 백내장(cataract)의 어원은 ‘하얀 폭포수가 눈 속에서 떨어져 내리는 것처럼 보인다’는 의미의 라틴어 ‘카타락타(cataracta)’에서 유래했다는 의견이 있다.

다만 백내장으로 눈동자가 하얗게 보이려면 정말 심한 말기에나 가능하다. 또 검은 눈동자, 즉 결막에서 섬유 혈관성 조직이 자라 들어오는 익상편(pterygium)과도 구분해야 한다.

백내장이 생기면 외부에서 유입된 빛이 제대로 투과하지 못한다. 심한 백내장의 경우 심각한 시력 저하를 유발한다. 가장 흔한 원인은 노화다. 대개 50대 이후 발병하고, 70대 이후에는 적지 않은 비율로 수술이 요구된다.

다만 비교적 젊은 50대에 미약한 백내장이 생기면 수술이 필요한 경우는 많지 않다. 노화가 가장 흔한 원인지만 이외에, 흡연, 자외선 등이 수정체의 단백질을 변성시켜 백내장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상, 포도막염, 장기간의 스테로이드 사용, 당뇨병 등도 백내장의 대표적인 원인으로 지적된다.

이창규 울산대학교병원 교수는 “국내의 경우 많은 환자가 백내장을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받기 때문에 실명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다만 심각한 전신질환으로 건강이 좋지 못하거나 의료의 사각지대에 놓여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는 환자가 있다. 이 경우 수술은 비교적 난이도가 높으므로 드물게 실명하는 환자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교수는 “백내장은 노안과 다르다. 백내장은 질환이고, 근거리가 잘 안 보이는 노안(조절력 저하)은 나이가 듦에 따라 발생하는 정상적인 생리 현상”이라며 “노안 증상을 개선하겠다고 백내장 수술을 받는 것은 안과의나 환자 모두 굉장히 신중하고 조심스러워야 한다”고 말했다.



◇녹내장 ‘3대 실명 질환’

녹내장의 한자어의 뜻을 살펴보면 눈이 녹색으로 변해 시력이 떨어진다는 뜻으로 녹내장의 어원과 관련해 급성 녹내장의 경우 안압이 상승해 눈동자의 색이 푸른색으로 변하는 경우가 있어 유래됐다는 설이 있다. 그러나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눈동자 색이 푸르게 변하는 녹내장은 거의 없다.

녹내장은 주로 안압 상승으로 시신경이 서서히, 그리고 만성적으로 손상되면서 시야가 좁아지고 종국에는 실명에 이르는 무서운 질환이다.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기에 안구 표면만 관찰하는 간단한 안과 진료만으로는 녹내장을 진단할 수 없다.

한 번 손상된 시신경은 재생할 수 없다. 따라서 녹내장은 특히 조기 발견과 예방이 중요한 질환이다. 일반적으로 안합은 21㎜Hg 이하를 정상 수치로 보지만, 그 이상이 되면 높아진 안압으로 인해 시신경과 망막신경절 세포의 손상으로 녹내장으로 진행한다. 그러나 시신경 구조가 약하거나 혈액 순환의 장애가 있으면 안압이 높지 않더라도 녹내장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병인의 ‘정상안압녹내장’이 녹내장 환자의 상당수를 차지한다.

이 교수는 “녹내장 환자는 주변 시야부터 손상돼 점점 시야 손상이 중심부로 확대된다. 따라서 초기에는 증상이 없고, 병이 상당한 정도로 진행돼서야 자각증상을 호소한다”며 “하지만 이 경우 치료 효과가 높지 않고 치료하더라도 실명에 이를 수 있으므로 조기 발견과 치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내장 수술이 근본적인 치료…녹내장 조기치료 필수

백내장의 궁극적인 치료 방법은 오직 수술뿐이다. 진행을 늦추는 먹는 약과 점안약이 있기는 하지만 그 효과는 크지 않다. 백내장 수술은 혼탁해진 수정체를 제거하고 남은 수정체낭에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과정까지를 이른다. 최근 인공수정체와 연관된 광학 기술의 눈부신 발전으로 수술 시 근시와 원시의 교정은 물론, 난시를 교정하거나 다양한 정도의 노안을 효과적으로 교정하는 수술이 가능해졌다.

이 교수는 “백내장은 반드시 생활에 불편을 초래하는 유의한 시력 저하가 있을 때 주치의와 심도 있는 상의 후 수술을 결정해야 한다. 백내장을 비교적 짧은 시간이 소요되는 수술이지만, 시력 개선 혹은 노안 증상 개선 목적으로 수술할 땐 낭패를 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녹내장은 발병하면 무조건 실명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조기에 발견해 적절히 치료하면 대부분 실명하지 않는다.

녹내장 치료는 안압을 정상범위로 낮추고 시신경을 보호하는 약물 점안 치료가 주를 이룬다. 급성 녹내장의 경우 즉시 안압을 내리는 안약을 점안하고 안압 강하제를 복용하는 등 신속한 처치가 필요하며 레이저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이 교수는 “점안 약제로 녹내장 진행을 늦출 수 없거나 약제의 부작용이 심한 경우 수술을 시행한다. 섬유주절제술이나 녹내장 밸브 삽입술은 안압 하강의 효과가 입증돼 널리 시행되고 있는 교과서적인 수술법이지만 수술 후 합병증의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한다”며 “최근에는 미세침습 녹내장 수술이 활발히 시행돼 점안 약제의 사용을 최소화하면서 효과적인 안압 관리가 가능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상헌기자 honey@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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