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영의 버섯이야기(24)]여름 대숲의 상징, 망태버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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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영의 버섯이야기(24)]여름 대숲의 상징, 망태버섯
  • 경상일보
  • 승인 2022.07.1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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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석영 울산대 명예교수

2020년 8월 초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 작약원에 노랑망태버섯이 군락으로 발생한 일이 있었다. 노랑망태버섯은 버섯 중에 가장 아름다운 버섯, 버섯의 여왕이라 불린다. 이 노랑망태버섯보다 더 귀한 것이 흰색의 망태버섯이다. 이 버섯은 특이하게도 대나무 숲에서만 자란다.

대나무 숲에는 다른 활엽수나 침엽수, 혼합림에서 나는 버섯들과 달리 독특한 버섯이 많다. 망태버섯 외에도 큰갓버섯, 망토큰갓버섯, 구멍빗장버섯, 세발버섯, 붉은말뚝버섯, 대나무우단버섯, 갈색낭피버섯, 죽황 그리고 이제는 거의 전설의 약이 된 뇌환(雷丸) 등이 대나무숲에서 주로 발생하는 버섯이다.

대숲을 더 아름답게 하는 망태버섯은 하얀 망사를 두른 천사를 연상시킨다. 예전 시골에서 쓰는 망태기처럼 그물꼴 모양이어서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이 망태버섯이 대숲의 여기저기에서 올라오는 것을 보면 마치 선녀들이 치마를 펄럭이며 살포시 내려앉은 것 같기도 하고, 어디선가 낙하산을 타고 내려온 요정들이 속삭이는 것 같기도 하다.

망태버섯의 꼭대기 부분은 암갈색으로 끈적끈적한 액이 있다. 곤충들이 그 진액을 빨아먹으려 앉으면 곤충의 다리나 날개에 진액 속의 포자가 묻게 된다. 곤충이 다른 곳으로 날아가서 앉으면 거기에 끈적액이 묻게 되고 그 곳에 포자가 자연스럽게 뿌려져 다시 망태버섯을 만들게 된다.

▲ 태화강 십리대숲의 망태버섯.
▲ 태화강 십리대숲의 망태버섯.

이렇듯 망태버섯은 곤충을 매개로 포자를 전파한다. 따라서 곤충을 쫓아버리면 망태버섯을 보기는 힘들어진다. 그 때문에 울산에서는 관리가 잘 된 십리대숲보다는 비교적 관리를 덜 하는 삼호섬, 선바위 등의 대숲에 오히려 망태버섯이 더 많다.

중국에서는 망태버섯을 죽손(竹蓀)이라 하여 고급요리로 여겨 시장에서 팔리고 있다. 대나무의 고장 전남 담양에서도 망태버섯 요리 전문점이 있어 지역의 특색을 알리는데 일조를 하고 있다.

이제는 대나무만 있는 수묵화보다는 채색화, 한국화 시대다. 푸른 대나무만으로 대숲을 상징하기에는 뭔가 미흡하다. 태화강과 대나무, 죽공예품, 대나무와 망태버섯, 대나무와 대통밥, 대나무와 죽황 등으로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울산대숲의 특성을 살리지 못하는 태화강국가정원은 그저 제2의 따라하기 정원일 뿐이다. 최석영 울산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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