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으로 푼 화성학 책 발간

울산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에서 37년간 학생을 가르쳐온 윤범상(사진) 명예교수가 퇴임 후 음악공부를 시작했다. 젊은 음악인들과 피아노 치고 노래 부르는 데 재미를 들이는가했더니 서울디지털대학교 실용음악과로 편입학했고 어느새 2월 졸업이다. “전공과 전혀 다른 음악을 통해 여생을 즐겁게 보내고 싶었다”던 그가 난데없이 책을 펴냈다.
책 제목은 <음악화음의 기하학>이다. ‘그림으로 보는 화성학’이라는 부제도 붙어있다. 유체역학을 전공한 공학자인 그는 음악공부를 하자마자 화성을 좀더 쉽게 설명하는 논리의 개발은 불가능한가라는 호기심이 들었고, 곧 수학을 이용해 화성학을 설명하는 일에 착수했다.
“아름다운 음악에서 사용하는 화음과 화음의 진행은 그림으로 나타내도 반드시 아름다울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우선 화음을 그릴 수 있는 그림판을 설계했죠. 아니나 다를까, 유명 곡의 화음진행은 그림으로도 물 흐르는 듯 자연스런 모습으로 나타났어요. 이 개념을 확장해 책을 쓰는데 꼬박 2년 걸렸습니다.”

화성학의 새로운 이론서라고 할 수 있는 이 책은 6장으로 구성돼 있다. 그의 이론은 3장부터 본격 등장한다. ‘윤톤네츠(Yoon Tonnetz)’라 이름 붙인, 그가 고안한 그림판을 설명한 뒤 그 위에 화음의 기하학적 특성 및 온음계의 하모니 프레임(Diatonic Harmony Frame)을 구성한다. 4장은 여러 주요 음계의 일관성을, 5장은 화음진행 규칙의 기하학적 표현을 각각 시도한다.
윤 교수는 “대중성은 없는 책이지만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번역서도 곧 출간하겠다”고 말했다. Yoon Tonnetz가 음악이론 연구가들 사이에서 많이 인용됐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홍영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