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264)]한여름에 피는 훤당의 원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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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264)]한여름에 피는 훤당의 원추리
  • 이재명 기자
  • 승인 2022.08.0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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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논설위원

7~8월 뜨거운 햇살 속에 노란빛을 자랑하며 피는 꽃이 있다. 이름하여 ‘원추리’. 휴가철인 이 맘 때면 들판에 원추리가 지천이다.


원추리는 방의 섬돌 앞에서 자라고(萱草生堂階 훤초생당계 )
떠난 자식은 하늘 끝을 헤매네.(遊子行天涯 유자행천애)
어머니는 문에 기대어 바라보실 텐데(慈親倚門望 자친의문망)
원추리 꽃은 보이지 아니하네.(不見萱草花 불견훤초화)

▲ 태화강 국가정원의 원추리.
▲ 태화강 국가정원의 원추리.

이 시는 당나라 시인 섭이중의 ‘유자음(遊子吟)’으로, 타관에 나간 자식이 고향의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고 있다. 이 시에 나오는 원추리는 한자로 ‘훤초(萱草)’로 표기한다. 오래전부터 훤초 즉 원추리꽃은 어머니를 상징했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어머니가 머무는 안채를 훤당(萱堂)이라 불렀다. 원추리가 피어 있는 집이란 뜻이다. 별당이 집 뒤 북쪽에 있다 해서 북당(北堂)이라고도 했다. 훤당은 어떤 효자가 집 뒤편에 별당을 지어 나이 드신 어머니를 모셨는데, 마당에 어머니가 좋아하는 원추리꽃을 가득 심은 데서 유래했다.

‘유자음(遊子吟)’은 훤당에 기거하는 어머니의 심경을 그린 시다. 성범중 전 울산대학교 교수는 그의 저서 <한시로 여는 아침>에서 이 시의 키워드로 ‘자친의문망(慈親倚門望)’을 꼽았다. ‘자친의문망’은 글자 그대로 ‘어머니는 문에 기대어 바라보실 텐데’라는 뜻이다.

양주동 작사, 이흥렬 작곡의 ‘어머니의 마음’는 어머니의 심경을 잘 묘사하고 있다. ‘낳실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를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며/…// 어려선 안고 업고 얼려주시고/ 자라선 문 기대어 기다리는 맘…’ 여기서 ‘자라선 문 기대어 기다리는 맘’이 바로 ‘자친의문망(慈親倚門望)’이다.

원추리는 근심을 잊게 해주는 꽃이라 해서 망우초(忘憂草)라고도 불렀다. 훤당이란 말 속에는 어머니가 근심 걱정을 모두 잊고 노후를 편히 지내시길 바라는 자식의 효심이 담겨 있다.

연일 가마솥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밖에 나가 있는 자식들은 어머니의 안부가 궁금하다. 훤당에 계신 어머니는 오늘도 사립문에 기대어 자식을 기다리고 있을 텐데.

이재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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