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풍 힌남노가 지나간 뒤 수확을 앞둔 울산지역 과수 농가의 한숨이 깊다. 올해 초부터 미국선녀벌레로 몸살을 앓은데다 예년보다 이른 추석 탓에 성수기 출하가 힘들고 태풍 피해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국적으로 배농사에 풍년이 들면서 그나마 남아있는 배도 수익성이 높지 않을 전망이다.
7일 울주군 서생면의 한 농가. 과수원 바닥에는 흰봉지로 쌓인 배 수백개가 떨어져있다. 이 농가의 낙과율은 70~80%로 태풍에 실려 몰아친 바닷바람을 맞으면서 피해가 커졌다.
인근의 또다른 1만2000여평 규모의 농가는 수출용 배에 큰 피해를 입었다. 이 농가는 태풍 상륙 전 나무와 배를 끈으로 고정을 시키는 등 대비를 했지만 심한 곳은 나무에 달린 배가 거의 없는 등 수출 물량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최병옥(68·울주군 서생면)씨는 “수출용 배는 9월 말이 수확시기라 숙성되기를 기다리던 중이었다”면서 “이번처럼 익기도 전에 떨어지면 상품가치가 아예 없어 피해규모 체감은 더하다”고 울상을 지었다.
특히 최씨는 숙성이 안된 낙과는 상품 가치가 없고 저장도 어려워 올해 수익은 지난해 60% 정도에 그칠 것으로 봤다.
힌남노로 인한 울산 과수 농가 피해는 266ha로 추산되고 있다.
태풍 후 10일 간 읍·면 등을 통해 피해 신고가 진행되고 있지만 피해 집계는 재해보험을 든 농가를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어 실제 피해 규모는 더 클 것이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농민들은 재해보험을 들어도 온전하게 피해를 보전받기 어렵다.
농가 재해보험은 보험액이 시장가보다 낮게 책정되는데다 농가마다 생산량, 과수 품질 등 복합적인 부분을 계산해 산출된다.
지자체 관계자는 “낙과 피해가 집중된 곳을 중심으로 8일 관계자 등과 배 줍기 일손 돕기를 나갈 예정”이라며 “읍·면을 통해 들어오는 신고 현황과 현장 상황을 파악한 뒤 농민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최대한 도울 계획이다”고 밝혔다.
강민형기자 min007@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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