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 남구 남영아파트 재건축이 7년 가량 답보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장기간 아파트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방치되다시피 하면서 일부 남은 입주민들의 안전상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20일 남구 선암동 남영아파트. 벽 여기저기가 오랜 균열로 벌어져 있고 깨진 유리창 사이로 치우지 못한 가구와 내려앉은 천장 등이 폐허를 방불케했다. 아파트 담벼락 곳곳에 빨간 글씨로 ‘비켜라, 미동의 나가라’ ‘철거’라고 적힌 글씨 뒤로 배전함은 뜯어지고 건물 내 계단 중간중간에는 떨어져나온 배관 등이 나뒹굴고 있다.
1987년 9월 준공된 남영아파트는 모두 4동으로 지난 2015년 12월부터 재건축 논의에 들어갔다.
당시 선암남영지역주택조합이 ‘가·나’동을, 남영지역주택조합이 ‘다·라’동을 맡았지만 재건축은 ‘다·라’동만 진행됐다.
재건축 과정에서 가·나동의 사업이 한차례 와해되다 조합을 다시 꾸려 최근 재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재건축이 장기화되면서 가·나동 60가구 가운데 8가구만 거주하고 나머지는 떠난 상황이다. 남아 있는 8가구는 평균 연령이 80대로 본인 아파트 관리조차 힘든 실정이다.
A씨(71)는 “대부분이 당장 갈 곳이 없는 분들인데 30년 넘게 평생 살던 곳을 갑자기 나가라고 하니 막막할 따름이다”면서 “전쟁 겪고 나라 위해 사느라, 당장 먹고 사느라 바빠 멀리 내다보기 어려운 사람들이다”고 토로했다.
A씨는 조합 측에서 지난 3월 주민과 만나 이주비용을 논의한 바 있으나 이후 별다른 연락이 없다고 주장했다.
현재 재건축은 설립인가가 난 상태로, 등기 등 다른 문제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재건축 문제가 장기화되면서 가뜩이나 반쯤 허물어진 건물에 관리·보수도 전혀 안돼 안전사고의 위험이 크다.
더욱이 최근 주민 동의없이 아파트 단지 내에 컨테이너가 설치돼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이 빚어지는 등 거주 자체가 불안한 실정이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조합매물이라 거래시 조합조건이 승계돼 거래가 거의 없다”면서 “또 수년째 재건축 문제가 반복되다보니 투자 등 여지도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 지자체 관계자는 “해당 아파트는 설립 인가가 나 재건축을 진행했던 곳”이라면서 “사업 정체를 이유로 사유지에 어떤 규제를 하기는 어렵지만 기본적인 안전점검 등은 보다 신경쓰겠다”고 밝혔다.
강민형기자 min007@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