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물가에 비교적 저렴한 중고매장도 얼어붙은 소비시장에서 좀체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24일 오후 찾은 울산 남구 신정동 한 중고매장(구제시장) 앞. 싼 가격에 옷을 사려는 중년 고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물건만 살펴볼뿐 실제로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적었다. 중고매장에서 판매되는 옷 한벌의 평균 가격은 5000원, 시중에서 판매되는 옷보다 훨씬 저렴했으나 시민들은 하자를 살피거나 다른 옷과 비교해보고 내려놓는 등 지갑을 쉽게 열지 않았다. 구매한 물건을 더 깎아달라며 주인과 흥정하는 모습도 종종 목격됐다.
같이 장을 보러 온 중년부부는 “한계절 편하게 저렴한 옷을 입으려고 중고매장을 찾았다”며 “예전 같았으면 새옷을 사서 입었겠지만 한벌에 6만~7만원하는 옷값이 지금 경기에선 부담된다”고 말했다.
신정동에 산다는 김모씨는 “기존에 입던 옷에 천을 덧대고 싶어서 저렴한 옷들로 살펴보고 있다. 근데 종류만 다양하지 적당한 옷이 없다”고 토로했다.
중고매장 상인들도 장사에 어려움을 겪긴 마찬가지다.
상인 A씨는 “언니가 시장에 옷을 떼러다니는데 요즘 좋은 옷을 구하기가 힘들다고 한다”며 “경기가 좋아야 좋은 옷들도 시장에 나와 장사가 되는데 좋은 옷이 많이 없다보니 매출도 안좋다”고 푸념했다.
최근들어 온라인 중고거래 시장에는 골프채, 명품가방, 운동화 등 고가의 물건들을 팔겠다는 게시글이 쏟아지고 있다. 한 중고나라 자사 플랫폼에 따르면 지난 1월 2218건에 불과했던 골프 드라이버 판매 게시글 수는 지난달 6179건으로 178.58% 급증했다. 물량이 많아지다 보니 한 명품백 가격은 같은 기간 1110만8444원에서 1025만3234원으로 떨어졌다.
중고시장 규모도 급성장하고 있다. 이달 기준 당근마켓의 회원 수는 3200만명을 돌파했으며, 중고나라의 회원 수는 2500만명에 달한다.
중고거래 플랫폼 관계자는 “인플레이션에 경기둔화가 겹치며 고가 물품들을 중고시장에 내놓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며 “물량이 많아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격은 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지혜기자 ji1498@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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