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의지로 걸을 수 없이 휩쓸리는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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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의지로 걸을 수 없이 휩쓸리는 수준”
  • 정혜윤 기자
  • 승인 2022.11.0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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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현장에 있었던 울산시민들은 발 디딜틈 없는 인파에 휩쓸린 공포 수준의 압박감과 불안감에 도망치듯 뛰쳐나왔다고 당시의 분위기를 회상했다.

울산 남구에 사는 A(여·29)씨는 지난 29일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기 몇시간 전 현장을 빠져나왔다. A씨는 “서울에 사는 친구에게 결혼 소식을 전하기 위해 남자친구와 서울을 찾았다”면서 “친구가 머무는 곳이 이태원 근처라 핼러윈(분위기를) 즐기고 구경도 할 겸 지나가자고 해서 들르게 됐다”고 말했다.

A씨는 오후 6시30분께 이태원에 도착했지만 몰려드는 인파에 치이고 밀려 20여분을 인파에 밀렸다고 설명했다. A씨는 자기의지로 걸을 수가 없이 그냥 휩쓸리는 수준이었다고 회상하며 “정신없고 힘들어서 1시간여만에 결국 이태원을 빠져나와 다른 곳에서 친구를 만났다”며 “집에 도착해서 이태원 참사 소식을 접하고는 너무 놀라고 무서웠다”고 말했다.

참사 당시 이태원을 방문한 대학생 B(24)씨는 “이태원에 도착한 사진을 SNS에 올리고 돌아다녔는데, 좁은 골목에 사람이 가득 들어차서 이리저리 치여서 도저히 걸어다닐 엄두가 나지 않아 겨우겨우 빠져나왔다”며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술을 마셨는데, 밤이 되자 SNS를 확인한 지인들과 가족이 괜찮냐고 연락이 계속 쏟아져서 보니 이태원 참사가 일어나 있었다”고 말했다.

울산지역 대학 커뮤니티에서도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에 있었던 목격자들의 현장 증언이 이어졌다.

한 글쓴이는 “이태원 생존자인데 본인도 참사가 일어난 해당 골목을 한참 걸려서 빠져나왔었다”며 “골목에서 사람들이 안 기다리고 자꾸 밀치면서 빠져나가려고 해서 인파 속에 가만히 서있었는데도 압사당하는 기분이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사람들 너무 많아서 옴짝달싹을 못했고 몇번씩 우르르 밀리는데 진짜 버티는건 상상도 못할 정도였다” “당시 이태원 술집에서 술 마시고 있었는데 잠깐 밖에 소란스러워져서 나가보니깐 사람들 다 길바닥에 누워있었다” 등 당시 이태원 현장에 있었던 대학생들의 목격담이 이어졌다.

서울로 대학을 진학한 자녀, 친구를 둔 시민들도 밤새 가슴을 졸였다.

C(54·울주군)씨는 “간밤에 이태원 참사 사고를 접하자마자 서울에서 대학 다니는 딸에게 바로 전화 걸었다”며 “혹시나 이태원에 가있지는 않을까 걱정돼 가족 전체가 계속 연락하면서도 곧바로 받지 않아 눈앞이 깜깜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다행히 조금 뒤 전화를 받아 중간고사 과제 하고 있었다는 소식에 안도했지만 서울에서 대학교 다니거나 일하는 자녀를 둔 부모들은 잠 못 이루는 공포의 밤을 보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구에 거주하는 D씨도 핼러윈 데이 밤사이 지인들로부터 서울로 대학 진학한 자녀가 괜찮냐는 연락만 수십통을 받았다. C씨는 “뉴스를 접한 지인들이 딸이 괜찮냐며 계속 연락이 왔었다”며 “다행히 딸은 무사했지만 아무래도 핼러윈 데이가 10~20대가 주로 가서 노는 곳이다보니 대학생이나 20대 자녀를 둔 부모들은 사상자 발생 소식에 마음도 계속 안 좋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혜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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