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논설실:뉴스 톺아보기]울산 공공 북카페 2026년까지 20곳 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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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논설실:뉴스 톺아보기]울산 공공 북카페 2026년까지 20곳 개설
  • 정명숙 기자
  • 승인 2022.11.11 0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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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대공원 내에 자리한 지관서가 1호점은 관계를 테마로 하고 있다. 김경우기자 woo@ksilbo.co.kr

울산지역 공공시설에 북카페가 하나둘 들어서기 시작했다. 입구에는 ‘지관서가’라는 표지판이 서 있다. 책과 커피가 함께 하는 지관서가가 어느새 울산에서만 4호점까지 문을 열었다. 쓸모가 없던 공간이 카페를 겸한 도서관으로 세련되게 바뀌자 ‘누가 이런 공간을 제공하는 건가’라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대문짝만하게 자랑해놓을 법한데, 기업이나 공공기관의 이름 하나 붙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울산에 불고 있는 지관서가의 바람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려는 걸까.



-‘지관서가’라는 이름의 북카페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울산에는 벌써 4개의 지관서가가 생겼습니다. 지난 2021년 4월 울산대공원 내 그린하우스를 리모델링한 1호점이 문을 열었습니다. 2호점은 장생포 문화창고 내 6층과 옥상공간에 조성됐습니다. 2021년 9월에 개관했습니다. 3호점은 2022년 1월 개관한 선암호수공원 노인복지관 지관서가입니다. 1, 2층에 걸쳐 자리했습니다. 1~3호점이 모두 남구에 편중돼 있는 반면 4호점은 독특하게도 UNIST로 들어갔습니다. 비로소 울주군으로 범위를 넓히는 것과 동시에 대학생들까지 수혜계층이 다양해졌습니다.”

-왜 갑자기 지관서가가 울산에서 생기기기 시작했나.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드러내기를 꺼려하는 한 대기업이 북카페를 통해 인문정신 확산에 기여하고자 하는데, 그 시작을 그 기업의 고향이나 다름없는 울산에서 한 것입니다. 울산에만 2026년까지 20개를 조성한다는 목표로 시작했습니다. 차츰 전국적으로 확산해나갈 계획입니다. 기업의 사회공헌으로는 전례가 없는 ‘장기적 대형 프로젝트’이고 지역주민의 입장에선 ‘예상 밖의 대박 프로젝트’라 하겠습니다.”

-‘지관서가’라는 이름이 어렵다.

“서가(書架)는 문서나 책 따위를 얹어두거나 꽂아두도록 만든 선반이라는 뜻이지만 넓은 의미로 도서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가의 명칭이 된 ‘지관’(止觀)은 직역하면 ‘멈춰 서서(止) 본다(觀)’는 뜻이지만 마음을 고요히 하여 있는 그대로의 진리인 실상(實相)을 관찰하는 마음챙김을 일컫습니다. 경제 중심으로 바쁘게 움직이는 현대인들에게 느림과 인문학적 자극을 통해 행복해지기를 바란다는 뜻을 담았습니다.”

-지관서가의 공간 구성은 어떻게 되나.

“도서관과 커피숍이 섞여 있는 북카페입니다. 커피를 마시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입니다. 도서관의 딱딱함을 벗어나서 보다 편안하게 마음껏 책을 빌리고 읽을 수 있습니다. 플라톤아카데미와 서울대 인문학지원센터의 전문가들이 모여 공간을 선정하고 주변 환경·이용자를 고려한 테마를 선정합니다. 그 테마에 따라 건축사에 의뢰해 실내를 리모델링하고 전문가들이 북큐레이션을 해서 먼저 1000권 가량의 책을 비치합니다. 그 다음 지자체 등 시설 소유기관에 기부채납 합니다. 일정 수준의 맛을 갖춘 커피도 제공하지만 커피숍 운영은 시설 소유기관이 선정하게 됩니다. 개관 후에는 독서모임과 강연, 북토크 등 인문학 프로그램 운영도 지속적으로 돕고 있습니다.”

-각각의 지관서가는 모두 테마가 다른가.

“1호점(울산대공원)의 테마는 ‘관계(Relationship)’입니다. 가족, 연인, 친구, 반려동물들이 느긋하게 산책하는 공간이라는 점을 감안했습니다. 2호점(장생포 문화창고)은 ‘일(Work)’입니다. 장생포가 산업의 역사가 담긴 지역이고 문화창고가 냉동창고를 개조했다는 점을 고려했습니다. 3호점(선암호수공원)은 노인복지회관이라는 장소성을 감안해서 ‘나이듦’을 테마로 정했습니다. 4호점(유니스트)은 젊고 역동적인 대학생들에게 역설적으로 필요한 것이 내면으로 눈을 돌려 인간다운 삶을 성찰하는 것이라고 보고 ‘명상(Meditation)’자 테마로 잡았습니다. 공간의 이미지도, 책의 종류도 테마를 따라 구성되므로 모두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울산에 앞으로 더 많은 ‘지관서가’가 생길 것으로 기대해도 되나.

“2026년까지 20개를 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문제는 적절한 장소를 찾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지역적 편중을 해소하기 위해 중구와 북구, 동구에 적절한 장소를 검토 중에 있습니다. 공공기관이 운영하고 있는 시설들 중에 리모델링이 가능한 적절한 규모의 공간이면 가능합니다. 조만간 5호점이 문을 엽니다. 북구 박상진호수공원에 있는 카페를 리모델링했습니다. 5호점의 테마는 영감(Inspiration)으로 잡았습니다. 6호점은 울산시립미술관이 될 것 같습니다.”

-지관서가에서 열리는 강연이나 북토크 등은 주로 어떤 내용인가.

“그동안 정재찬 교수의 ‘시와 함께 하는 인생식탁’, 이해인 수녀의 ‘함께 읽는 시와 삶의 이야기’ 등 많은 강연이 온오프라인으로 열렸습니다. ‘지식큐레이터 전병근과 함께 하는 책 읽는 저녁’ 등의 독서모임도 있었습니다. UNIST 개관기념으로는 김완두 카이스트 명상과학연구소장, 성해영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 박종화 유니스트 교수 등이 참여해 ‘명상과 과학에 대한 대담’도 가졌습니다. 이런 강연과 토크는 수시로 열리고 있습니다.”

-이용자 부담은.

“이용자는 커피 등 음료를 사서 드시면 됩니다. 음료를 마시지 않아도 책을 볼 수 있습니다. 입장료는 없고, 책을 빌려보는 데도 비용이 들지 않습니다. 강연이나 모임에 참여하는 데도 참가비를 받지는 않습니다. 사전 참가신청만 하면 됩니다.”

-지관서가가 지역사회에서 갖는 의미는.

▲ 정명숙 논설실장
▲ 정명숙 논설실장

“많은 문화예술이 있습니다만, 수혜자 입장에서 보면 공간적 제약을 가장 덜 받는 것이 문학입니다. 음악이나 미술과는 달리 책은 쉽고 편하게 어느 곳에서나 누구나 접할 수 있습니다. 북카페는 문턱을 낮춘 도서관으로서, 책과 문학의 기능을 최대한 수행하는 공간입니다. 지역 주민 누구나 걸어서 갈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곳에 공공 북카페나 도서관이 있다면 그런 도시가 바로 문화도시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관서가가 바로 그 지름길을 열어가고 있습니다.”

정명숙 논설실장 ulsan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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