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코 앞에 다가온 업사이클링 디자인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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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코 앞에 다가온 업사이클링 디자인의 세계
  • 경상일보
  • 승인 2022.11.2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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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수은 울산과학대학교 건축과 교수

몇 년전 학교사업인 LINC 3.0 참여 대학의 교수들이 모여 싱가포르의 대학들을 방문하고 새로운 산학 연계의 실증 사례를 벤치마킹한 적이 있다.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마리나베이샌즈 호텔 총괄이사가 나와 호텔 경영에 관한 노하우를 설명하고 마지막으로 호텔에서 나오는 폐기물들을 이용해 가구를 만들어 사용하는 사례를 보여주었다. 호텔에서 매일 나오는 폐기물을 그냥 버리지 않고 디자인 아이디어를 입혀 멋진 가구로 생산하는 것을 홍보한다는 것이 참 신기했다. 언젠가는 우리 학생들과 함께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멋진 디자인을 실천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최근 울산과학대학교 내에 울산시 탄소중립센터가 설립되고 관련 활동이 활발해지는 환경에서 우리 학생들과 함께 그 때의 아이디어를 실현할 기회가 주어졌다. 간호학과와 건축과 학생들의 융합동아리가 결성되어 뭘 하면 좋을까 하는 아이디어를 고민하던 중, 우리나라의 한해 폐기물 양이 코로나 이전에 비해 2배 가량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또한 병원에서 버려지는 폐기물의 양 또한 증가하고 있다는 문제를 발견하게 됐다.

이에 생활 폐기물과 의료 폐기물을 활용한 제품 디자인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우리의 일상에서 버려지는 제품들의 종류가 얼마나 많은지 깜짝 놀랐다. 이 폐기물을 수거하고 어떻게 제품화할 지를 궁리하는 과정은 또 다른 난관이었다. 지난하고 힘든 기획 및 디자인 프로세스 끝에 휠체어를 사용해야만 하는 노약자들이 건강한 친구들과 함께 캠핑을 즐길 수 있는 테이블을 만들었다. 또 병원에서 버려진 링거줄을 세척해 라운지 의자로 재탄생시킨 업사이클링(Up-Cycling) 의자를 완성했다. 이 제품들을 가지고 전국 전문대학들이 모인 디지텍 캡스톤 경진대회에 나가 자신들의 작품을 설명하고 사용성을 테스트하면서 기대하지 못했던 은상을 받았다. 우리 학생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가치있는 디자인을 했는지 깨닫게 됐다.

우리는 소비와 외형이 중요시되는 디자인에서 가치가 중시되는 디자인으로 전환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많은 것들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보다는 얼마나 사회에 그리고 환경에 가치가 있는가에 관심을 두게 됐다는 것이다.

자원의 업사이클링 디자인은 저렴한 원료를 대량 생산해 소비하고 폐기하는 시스템에서 벗어나 자원 일체를 버리지 않고 생산, 소비, 폐기, 재활용의 전 과정에서 자원을 선순환시키는 것을 말한다. 요즘에는 이 업사이클링이 미래를 위한 디자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 세계 디자이너들은 나무, 금속류, 직물, 종이, 플라스틱, 가죽, 고무 등 다양한 소재를 재가공해 새 물건으로 만든 뒤 새 제품으로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스위스 출신 디자인팀 브레디드에스케이프는 고가구 의자를 현대적으로 개조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정크 먼케즈의 디자이너들은 거리 곳곳의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재활용 디자인을 시작해 금속 음료수 캔 같은 폐기물을 업스케일링 디자인해 ‘닛-낵’이란 의자로 재탄생시켰다. 네덜란드 드로오그 디자인 그룹의 멤버인 테요레미의 ‘누더기 의자’는 헌 누더기 천조각과 옷가지를 추억과 보물 단지로 전환하는 기발한 발상에서 탄생했고, 모로코 출신 미술 설치작가 크미사는 폐타이어를 활용해 ‘R1 고무 의자’를 디자인해 력셔리 가구로 탈바꿈시켰다.

돌아보면 이제 물질적 풍요와 과잉 소비 중심의 문화에 대한 비판은 이미 시작된 것 같다. 인간의 창의성과 상상력을 통해 얼마나 아름답고 비싼 제품을 디자인하느냐 보다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에 그리고 우리 마을에 얼마나 가치있는 제품을 디자인하고 기여하는지가 더 중요한 세상이 된 것이다.

정수은 울산과학대학교 건축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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