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중문답]한반도의 중심에서, 탁트인 정상에서 느끼는 해방감
상태바
[산중문답]한반도의 중심에서, 탁트인 정상에서 느끼는 해방감
  • 정명숙 기자
  • 승인 2022.11.25 0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마니산 정상에 올라서면 단군이 하늘에 제를 올리기 위해 쌓은 것으로 전하는 참성단을 볼 수 있다.

1. 강화도를 알면 우리나라 역사의 절반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선사시대 문화를 대표하는 고인돌, 단군이 하늘에 제를 올리기 위해 쌓은 것으로 전하는 참성단, 단군의 세 아들이 쌓았다는 전설이 전하는 삼랑성, 고구려 소수림왕 때 창건했다는 전등사,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했던 정족산사고가 있고, 대몽 전쟁의 마지막 항전지, 연산군과 광해군 등 조선 왕들의 유배지, 병인양요와 신미양요, 강화도 조약이 이루어진 곳이 강화도이다. 그 강화도의 중심에 우뚝 솟아서 한반도의 중심을 이루는 산이 마니산이다.

마니산은 본래 마리산이라고 불렸는데 아직도 지역에는 마리산이라고 하는 주민들이 있다고 한다. 마리(摩利)는 본래 머리를 뜻하는 고어인데, 소리가 비슷한 한자를 빌려서 표기한 취음 표기이다. 따라서 마리산이란 가장 높은 땅을 의미한다. 마리산의 또 다른 한자 표기인 두악산(頭嶽山)도 이와 무관치 않다. <고려사> 지리지와 <세종실록지리지> 등에는 머리, 우두머리라는 뜻의 마리산(摩利山) 또는 두악(頭嶽)이라고 기록하고 있는데, 이후에는 마니산이라고 표기하고 있다. 마니산은 본래 고가도(古加島)라는 섬으로 바다 가운데 우뚝 솟아 있었는데, 강화도의 가릉포와 고가도의 선두포를 둑으로 연결하면서 강화도와 한 섬이 되었다고 한다.

▲ 계단로는 이름 그대로 계단이 많다. 계단이 모두 1003개라고 하는데, 실제로 등산로의 상당 구간이 계단이다.
▲ 계단로는 이름 그대로 계단이 많다. 계단이 모두 1003개라고 하는데, 실제로 등산로의 상당 구간이 계단이다.

2. 강화도 여행에서 마니산을 오르지 않으면 강화도를 제대로 다녀왔다고 할 수 없다. 마니산을 오르는 등산코스는 총 4개가 있다. ①계단로 왕복(4.8km)= 마니산 매표소~ 1004 계단(개미허리, 헐떡고개)~정상(참성단), ②단군로~ 함허동천(6.4km)= 마니산 매표소~단군로~372계단~정상~단군 계단~헬기장~마니 계단~바위능선~칠선교~칠선녀 계단~함허동천~함허동천 매표소, ③단군로~정수사(5.3km)= 마니산 매표소~단군로~372계단~정상~단군 계단~헬기장~마니 계단~바위 능선~칠선교~칠선녀 계단~정수사로~정수사 매표소, ④단군로 왕복(7.2km)= 마니산 매표소~단군로~372계단~정상~단군 계단~헬기장. 이 가운데 1코스 계단로로 올라서 4코스 단군로로 내려오는 길을 택했다.

계단로는 이름 그대로 계단이 많다. 계단이 모두 1003개라고 하는데, 실제로 등산로의 상당 구간이 계단이다. 그런데 마니산에는 데크가 별로 없다. 계단 대부분이 돌이다. 그래서 좋다. 사실 데크는 나무처럼 생겼지만, 나무는 아니다. 산에서 만나는 데크의 대부분은 합성목재이다. 플라스틱이라는 말이다. 편리성도 있지만 그만큼 자연환경을 훼손할뿐더러 사람의 몸에도 좋지 않다. 반면 바위나 돌은 인체에 좋은 기운을 가져다준다. 산을 다니다 보면 데크가 필요 이상으로 너무 많이 설치되어 있고, 일부 훼손된 채 방치된 것을 볼 수 있다.

계단로는 코스가 짧은데 반해 대체로 경사가 심한 편이다. 하지만 계단을 오르면 오를수록 점점 넓어지는 시야가 기분을 탁 트이게 해서 좋다. 보이지 않던 풍경이 나뭇가지 사이로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고, 어느새 산 아래의 마을들을 지나 논밭이 보이고 그 너머로 바다가 보이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바다 너머 섬들이, 섬 너머 섬들이 보인다. 정상에 오르면 사방이 거의 다 보이고, 시간이 지나면 밀물과 썰물의 교차에 따른 해안 지형의 변화도 보인다. 마니산 산행은 조금 느긋하게 여기저기 둘러보면서 하면 좋다.

이른 아침인데도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가족들도 있고 연인들도 있다. 산이 높은 편이 아니어서 그런지 등산복이 아닌 가벼운 차림들도 많다. 산행이 좋은 것은 오르고 오르면 반드시 사방이 탁 트인 정상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탁 트이기는 바다도 있지만, 바다는 힘든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갈 수 있기에 나는 산이 좋았다. 교통사고로 재활 중일 때 산을 처음 찾았다. 물론 다치기 전에 산을 다니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등산이라는 이름으로 본격적으로 다닌 것은 이 때가 처음이다. 몸의 건강을 위해서 다녔다기보다는 답답한 마음을 달래고 의지를 다지기 위해서였다. 마음이 힘들면 힘들수록 더 힘든 산을 찾았던 것 같다. 나는 사람의 답답한 마음은 사람을 통해서 풀기 어렵고, 사람의 외로움은 사람을 통해서 해소하기란 어렵다고 생각한다. 내 마음의 문제는 내 마음으로 다스려 풀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에게 가장 고마운 존재는 산이다.

멀리 참성단이 보였다. 긴 세월을 지나면서 몇 번의 증축으로 예전 그대로의 모습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어떤 성스러움이 느껴졌다. 예전에 마니산을 올랐을 때 나는 하늘은 무엇이며, 저 산꼭대기는 어떤 곳이기에 수천 년 간 사람들이 저곳에서 제사를 지냈는지, 제를 지내기 위해 산을 오르는 사람들의 마음은 어땠는지 궁금해했던 적이 있다. 이윽고 정상, 큰 집 마당처럼 넓은 바위 위는 여전했고, 그 위에 앉은 사람들도 여전했다. 다시금 마니산은 꼭 한 번은 와야 하는 산이라고 생각했다.

3. 마니산 참성단의 축조 연대는 잘 알 수 없지만,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 왕과 제관이 찾아와서 제사를 올린 것으로 알려졌고, 수천 년에 걸쳐 수축과 보완을 거듭한 흔적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 꽤 오래전부터 이곳에서 제를 지냈던 것 같다. 마니산 참성단과 관련한 강희맹의 시가 전한다. 국조 단군을 제사하는 신성한 곳이니 여기는 인간 세계가 아닌 신선 세계인 것이다. 휘영청 밝은 달 아래 신선들이 노니는 듯함을 읊었다. ‘바다 위 외로운 성의 신선 세계가 서늘하고/ 바람은 밤의 이슬 기운에 불어 둥글게 이슬 맺히네/ 허공을 걷는 사람 푸른 하늘 밖에 있어/ 좋은 글 읊어 마치자 달빛이 단에 가득하구나”

▲ 송철호 울산남구문화원 향토사연구소장 어리버리산악회장
▲ 송철호 울산남구문화원 향토사연구소장 어리버리산악회장

마니산 중턱에 선덕여왕 8년 희정선사가 창건한 정수사가 있다. 울창한 숲을 지나 108계단을 오르면 만나는 정수사(精修寺)는 단정한 아름다움으로 방문객들을 사로잡는다. 마니산을 참배한 희정선사는 동쪽의 지형이 불제자가 삼매정수(三昧精修)에 들기에 합당한 곳이라 여겨 절을 짓고 정수사라고 했다.

송철호 울산남구문화원 향토사연구소장 어리버리산악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장생포 사람들의 이야기, ‘장생포 고양이 고랭이의 탐험일지’ 성료
  • 울산 울주군 건축 인허가 지연 빈번 불만고조
  •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울산지역대학 총학생회 김세진 회장, 후원금 100만원 기정 기탁
  • MTB 동호인 1천여명 영남알프스 단풍속 내달렸다
  • [문화공장-공업도시 울산, 문화도시로 거듭나다]도심 떠나 한적한 산골에 전시나들이
  • 김두겸 시장, 내년 국비확보 위해 동분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