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숙칼럼]견제와 감시가 올바른 역사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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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숙칼럼]견제와 감시가 올바른 역사를 만든다
  • 정명숙 기자
  • 승인 2022.12.2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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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명숙 논설실장

‘역사는 반복된다(History repeats itself)’는 서양속담은 틀리지 않다. 제18대 국회의원 선거를 마친 2008년, 민선6기 지방선거를 끝낸 2014년, 그리고 2022년 민선8기 지방선거 후 울산의 정치적 상황이 엇비슷하다. 한나라당-새누리당-국민의힘으로 당명만 바뀌었을 뿐, 국회와 단체장 할 것 없이 보수정권인 국민의힘이 싹쓸이하다시피 했다. 국회의원은 북구 1명만 더불어민주당이고, 울산시장과 기초단체장도 동구청장 1명만 진보당이다. 여소야대의 국회와는 달리 지방의회도 국민의힘이 장악했다. 시의원은 22명 중 1명만 더불어민주당이다. 지난 6월 민선 8기 출발선에서 가졌던 일방통행식 정치에 대한 우려는 반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조금 더 깊어졌다.

지방자치제도 부활 이후 한동안 보수 일색이던 울산의 정치는 200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우리나라 정치구도를 그대로 빼닮은 모양새를 유지해왔다. 한때는 민노당의 세력이 울산에서도 꽤나 열렬했고, 또 한때는 전국적으로 불어 닥친 열린우리당의 바람이 울산에서도 만만찮았다. 영남권이라 통칭되는 이웃도시 부산·경남·대구·경북과는 사뭇 달랐다. 공업도시 지정 이후 급성장하면서 전국 각지 인구가 고루 모인 도시라는 특징이 고스란히 나타나면서 지연(地緣)에 따른 정치적 성향이 우리나라 전체와 비슷했다. 온전하다고는 하기는 어렵더라도 ‘목에 걸린 가시’만큼의 견제와 감시가 상존하는, 영남권에서 보면 나름 울산만의 정치적 색깔이 선명했다. 그 덕인지, 그 땐 그래도 협치(協治)라는 장치도 종종 작동했다.

울산 정가의 흐름이 달라진 것은 광역단체장이 민주당으로 바뀐 민선 7기부터다. 대권이 보수-진보를 오가는 동안에도 울산시장만큼은 보수의 벽을 넘지 못했던 민주당이 마침내 시정부를 꿰차게 되자, 보잘것없는 자리 하나조차 빠짐없이 챙겼다.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파커J. 파머)는 고사하고 ‘무조건 내 편만 옳다’는 정치가 울산에서도 본격화했다. ‘하나를 내주면 모든 걸 잃게 된다’는, 울산정치권의 새로운 경험은 뼛속 깊이 새길 교훈으로 남았다. 교훈은 국민의힘이 정권을 되찾은 민선8기로 고스란히 이식됐다.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따위의 역할을 한다’는 정치의 개념은 사전 속에 박제돼 가고 있다.

어쨌든 울산시민의 선택이다. 민심은 천심이라는데, 민심을 왜곡하지 않고 바르게 읽어내는 것이 지금으로선 최선이다. 그 중요한 역할을 맡은 곳이 의회다. 하지만 21(국민의힘)대 1(더불어민주당) 구도의 울산시의회를 보면 그마저도 쉬운 일은 아니다. 지난 6개월 남짓 동안 울산시의회는 시정을 올바로 감시하고 견제했다고 하기 어렵다. 옳고 그름에 대한 전문가적 판단도, 여론 수렴도 없이 민선 7기의 정책을 원점으로 되돌리는 것에 한마음으로 움직였다. 국토균형발전의 새로운 시대를 열 것으로 기대됐던 부울경특별연합을 폐지하는 데도 두 눈을 감았다. 전임시장 시절 임명했던 기관장을 내보내겠다는 목적으로, 전문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공공기관을 통폐합하는 데도 거수기가 됐다. ‘견제의 견제’가 돼야 할 직전 집권당인 야당의 무능도 한몫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주장은 집권을 해본 적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비논리적이고 일회적이었으며 때론 공허했다.

토마스 아퀴나스(1225~1274년)는 <신학대전>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은 단 한 권의 책만 읽은 사람’이라고 했다. 똑같은 ‘한 권의 책’만 읽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집단은 더 위험하다. ‘단 한권의 책’이 울산광역시를 이끄는 지침서가 될 수는 없다. 새롭고 다양한 사고로 미래지향적 방향을 찾아내는 역할을 울산시의회가 해야 한다. 견제와 감시를 통해 그 역할을 수행해야 할 의회가 오로지 동지적 관점에서 박수만 친다면 변화무쌍한 미래의 파고를 우리는 뛰어넘을 수 없다.

누구나 모든 걸 잘 알 수는 없다. 모든 걸 알 필요도 없지만 오로지 하나만 아는것은 문제가 된다. 막스뮐러(1823~1900년)는 <독일인의 사랑>에서 ‘하나만 아는 사람은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특히 집단의 리더들이 하나의 사실만을 진리라 믿고 밀어붙이는 일이 반복되면 결국엔 역사의 오류가 만들어진다. 여당 의원 각자가 자기분열을 통해 자신 안에 ‘영예로운 반대당’을 만들어 다양한 목소리를 만들어내야 할 때다.

정명숙 논설실장 ulsan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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