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출산장려금이 인구문제의 해결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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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출산장려금이 인구문제의 해결책인가
  • 경상일보
  • 승인 2023.01.3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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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문 한국동서발전 사장

다산과 풍요를 상징하는 계묘년 토끼해 첫날부터 반갑지 않은 뉴스가 들린다. ‘울산 인구유출 전국 1위’ ‘인구 110만명선 붕괴 위기’. 울산의 출생률 감소폭은 전국에서 가장 컸고, 인구 순유출률은 서울 다음으로 높았다. 적게 태어나고 많이 빠져나간 탓이다.

저출생은 비단 울산만의 문제는 아니다. 대한민국의 인구는 3년 연속 감소추세이다. 지난해의 경우 역대 최대 폭으로 줄어들어 0.81명의 출산율을 기록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2021년 말과 비교하면 충남(고령→초고령), 울산(고령화→고령), 경기(고령화→고령) 3곳은 초고령사회나 고령사회로 바뀌었다. 한국은 늙어가고 있다.

정부는 가팔라지는 인구절벽을 막기 위해 출생을 촉진할 수 있는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각 지자체는 출산장려금이라는 명목으로 현금 지원금을 주는 경우가 많다. 울산의 경우도 각 구군마다 자녀 출생시마다 70만원에서 3번째 자녀의 경우 500만원까지 출산장려금을 지급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이러한 출산장려금을 지원한다고 출산율이 높아질수 있을까? 필자는 의문스럽다. 지난 15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발표한 ‘출산지원금이 지역 출산력에 미치는 공간적 변이 탐색’ 논문에 따르면 가장 단순한 출산력 지표인 ‘조출생률’(1년간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을 보면 강원, 충청, 경남 해안 등 인구감소가 심각한 지역에서는 출산지원금과 출생아 수의 연관성이 없었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린 중차대한 갈림길에서 ‘언발에 오줌누기’식 임시변통이 아닌 근본적으로 원인을 파악하고, 하루라도 빨리 해결책을 마련해야한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는 정말 늦은거다. 필자가 생각하는 저출생의 원인은 3가지다.

첫째, 건강한 친정엄마가 없으면 아이를 낳을 수 없다. 즉 대부분이 맞벌이인 요즘은 어릴 때 키울 수가 없는 것이다. 육아휴직을 사용해도 아무런 불이익이 없도록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나아가 아이가 스스로 생활을 할 수 있을 때까지 아이를 보살펴 줄 사람이나 기관에 맡길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보육 시설과 방과후 돌봄교실 등 아이를 맡아 줄 수 있는 시설을 확충하고, 그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경제력을 제공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50인 이상의 사업장에는 필수적으로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하게 하고, 지역사회에서도 어린이집을 대폭 확충하는 것이다. 올해부터 정부가 시행하는 0세부터 1년간 월 70만원, 2세까지 월 35만원의 부모급여는 1회성인 출산장려금과 달리 상당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9세 정도까지 지속적으로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시설의 확보가 더욱 중요하다고 본다.

둘째, 남들처럼 아이를 교육할 자신이 없다. 2021년도 말 기준 사교육비 총액은 23조4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였다. 시청률이 24%에 육박했던 ‘스카이캐슬’에 등장하는 열혈맘들이 원인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 유치원에 입학하는 순간부터 기-승-전-대학으로 이어지는 컨베이어벨트에 올라타느냐 마느냐는 개인의 선택사항이 아니다.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논하기엔 할 말이 많고 지면은 짧다. 사교육을 유발하는 교육 및 취업체계와 무상 공교육에 대한 국민 대토론, 혁명에 가까운 교육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참고로 동서발전과 같은 공기업은 현재 취업시 완전한 블라인드 채용으로 학력이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셋째, 살기 좋은 나라를 물려 줄 자신이 없다. 내가 겪었던 똑같은 경쟁사회를 살게 하고 싶지 않은 게 부모 마음이다. 갈수록 취업이 어려워지고 결혼시기도 늦어지고 있다. 저마다 다른 아이들이 각자의 개성을 존중받고, 1등보다는 협력이 더 가치있음을 배우는 행복한 대한민국이라면, 결혼과 출산이 이렇게 힘겹지 않을 것이다.

새해들어 각종 매체에서 출생률과 인구문제에 대한 논의가 많이 진행되고 있다. 달라진 점은 인구 출산이 아닌 인간 탄생의 관점에서 우리나라가 과연 인간이란 생명이 살아가기에 좋은 환경인가를 논의하고 있다는 것이다. 돈을 그렇게나 쓰고도 갈수록 악화되는 인구문제를 근본적으로 들여다보고 육아·교육·생활 환경의 토대를 바꾸는 출발이 2023년이라야 한다. 더 늦어져서는 안 된다.

김영문 한국동서발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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