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중문답]노을에 붉게 물든 물결 위 올망졸망 섬들과 어우러진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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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중문답]노을에 붉게 물든 물결 위 올망졸망 섬들과 어우러진 산
  • 정명숙 기자
  • 승인 2023.02.2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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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 거제도의 망산이라고 하면 섬 남쪽 끝 남부면 저구리에 위치한 산(375m)을 가리킨다.
▲ 가파른 바윗길의 연속이지만 크게 힘들지는 않다.
▲ 송철호 울산남구문화원 향토사연구소장 어리버리산악회장
1. 거제도는 제주도 다음으로 큰 섬이다. 남쪽 끝의 가라산(580m)이 가장 높은 산이며, 그 외에 남쪽에 천장산(276m), 동쪽에 옥녀봉(555m), 북쪽에 대봉산(258m)·대금산(438m) 등의 여러 산이 있다. 해안선은 굴곡이 심하여 지세포 장승포 옥포 율포 죽림포 등의 작은 만들이 있고, 양지암각 수제봉 색암말 등의 돌출부도 많다. 해안 곳곳에는 해수욕장들이 분포해 있다. 거제도는 지리적으로 일본과 매우 가까워서 왜구의 침입에 자주 시달렸다. 조선시대에는 제주도, 진도, 완도, 추자도 등과 함께 유배지가 되어 귀양살이의 섬으로 불리었다. 거제도는 1950년 한국전쟁 당시에 전쟁 포로들을 수용한 땅이다.

오랜만에 거제도의 망산을 찾았다. 거제도에 있는 산들은 앵산을 빼고는 거의 다 갔었는데, 겨울이 막바지에 접어들 즈음에 바다가 그리워 바다 조명이 좋기로 유명한 망산을 찾은 것이다. 흔히 거제도의 망산이라고 하면 섬 남쪽 끝 남부면 저구리에 위치한 산(375m)을 가리킨다. 멀리 대소병대도와 가왕도, 다포도, 대소매물도 등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아름다운 섬들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망산의 정상부에는 기암괴석이 발달해 있는데 망산이 홍포마을의 뒷산이므로 이를 홍포만물상(虹浦萬物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조선지지자료>와 <해동지도>에 수록되어 있다. 망산 아래 여차-홍포해안도로는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하다. 망산은 경남의 노을 전망대라고 불릴 정도로 노을이 아름답다. 거제도 사람들은 이곳을 한려수도와 구분해 거제도 남단의 절경 물길을 붉을 혁 자를 쓴 혁파(赫波)수도, 혹은 적파(赤波)수도라 부른다. 이는 노을 질 때의 풍광이 특히 아름답다고 하여 지은 이름이다.

망산(望山)이란 이름은 전국적으로 많다. 그중에서도 남해안 일대가 가장 많다. 거제도만 해도 망산이 세 곳이나 있다. 전국에 있는 ‘망산’의 지명의 유래가 대부분 바다가 잘 보이는 곳, 또는 망을 보던 곳으로 해석되는 것으로 볼 때, 이 산 이름도 멀리 바라볼 수 있는 곳이라는 뜻에서 유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왜구의 침입을 감시하기 위해서 또는 감시하는 망루가 있어서 등의 유래담은 뒤에 망산의 일반적인 의미에 구체적인 사연이 더하여진 것으로 여겨진다. 다만 유독 남해안 일대에 망산이 많고, 이들 산의 지명 유래담에 왜구가 많이 나오는 것은 그만큼 남해안 일대가 오랜 기간 왜국의 침략에 시달렸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섬 지역이 왜구의 침략에 심하게 시달렸는데, 왜구의 침략이 심해서 기간 사람이 살지 못하게 했다는 청산도가 좋은 예이다.

2. 거제도 망산은 2001년 월간 ‘山’을 통해 최초 공개된 이후 전국의 등산동호인들이 많이 찾는 명산이 되었다. 망산 산행기점은 명사, 홍포, 여차, 저구삼거리 등 여러 곳이 있으나 가장 대중적인 곳은 명사해변을 기점으로 능선을 따라 한 바퀴 돈 다음 저구 삼거리로 내려서는 종주 코스다. 망산을 둘러싼 자연마을로는 저구, 명사, 근포, 대포, 홍포 등이 있다. 저구는 왜구 또는 어선들이 풍랑을 피하여 드나들던 포구라고 하여 저구 또는 저구말방이라고 하였다. 저구 마을은 마을 곳곳에 수국이 가득하여 수국특화마을로 유명하다. 명사는 명사동 또는 밀개라고도 하였다. 바다가 잔잔하고 얕아 갯가에 넓은 백사장이 펼쳐진다고 하여 거제의 명사십리라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홍포는 한산면의 가오리섬과 마주하는 갯마을로, 저녁노을에 무지개가 뜬다고 하여 불린 이름이다.

명사초등학교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남쪽 언덕배기를 향해 오르노라면 곧 왼쪽으로 등산로 안내판과 더불어 등산로 입구가 보인다. 안내판에 정상까지 1.8㎞로 표기돼 있으나 이는 직선거리이고, 실제는 2.5㎞쯤 된다. 통나무로 널찍한 폭의 계단을 만들어둔 등산로는 한동안 짙은 참나무숲으로만 이어진다. 산행을 시작한 지 30분쯤 뒤, 서쪽으로 조망이 탁 트이는 암부 위로 올라서게 된다. 지금까지의 피로가 한순간에 풀릴 만큼 조망이 좋은 곳이다. 10분쯤 더 걸어가면 아까보다 풍광이 더 좋은 조망 바위가 또 나타난다. 건너편 위로는 우뚝한 칼바위등이 보이는데, 정상은 그 뒤에 가려져 있다. 가파른 바윗길의 연속이지만 크게 힘들지는 않다.

올망졸망한 작은 봉우리를 돌아 20분 정도 지나면 망산 정상을 만난다. 정상은 북봉과 남봉의 두 개의 봉우리로 되어 있는데, 정상석은 남봉에 있다. 정상에는 주변 섬들의 이름을 알려주는 안내도가 있고, 높이 2m 남짓한 표석 앞면에 ‘망산’이라 적고 그 뒷면에 천하일경(天下一景)이라 새겨두었다. 소병대도, 대병대도, 비진도, 매물도, 소매물도, 성문도 등 제각각의 크기와 다른 모양의 섬들과 가라산, 노자산 등 거제의 산들이 어우러져 보이는 곳, 과연 천하제일경이라고 할 만하다.

정상에서 진행 방향은 오르던 정면의 바윗길을 내려서야 한다. 20분 정도 내려서면 해미장골등 안부에 닿는데 오른쪽으로 홍포(무지개 마을)로 내려가는 갈림길이다. 망산만 산행한다면 여기서 홍포 마을로 내려가 도로를 따라 명사해수욕장으로 원점회귀가 가능하다. 정면 내봉산 방향으로 걷는다. 몇 번의 계단을 지나 데크가 깔린 전망대를 통과하면 해발 315m의 작은 봉우리를 만난다. 오래된 큰 소나무가 있는데, 이 지점에서의 전망이 참 좋다. 계속 이어지는 내리막길, 얼마 지나지 않아 넓은 공터에 벤치가 놓인 쉼터를 만난다. 정면은 내봉산으로 오르는 구간, 일행 중 걷기를 힘들어하는 삶이 있어서 왼쪽 길로 하산했다.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곳이어서 그런지 길 흔적이 잘 보이지 않아서 살짝 힘들었다.

3. 엉뚱하게도 처음에 나는 망산(望山)이 망산(亡山)인 줄 알았다. 망산(亡山)을 생각하니 북망산이 생각났고, 그러니 중국 당나라 때의 시인 심전기가 지은 ‘망산(邙山)’이라는 칠언절구 한시가 떠올랐다.

‘北邙山上列墳塋 萬古千秋對洛城 城中日夕歌鍾起 山上惟聞松柏聲.’

북망산의 총총한 무덤들/ 영원히 낙양성을 바라보고 있는데,/ 성안에는 밤낮으로 풍악 소리 일지만,/ 산 위에서는 오직 송백에 스치는 바람 소리뿐일세.

시를 생각하니 문득 마음이 쓸쓸해졌다. 말없이 그냥 걷고 또 걸었다.

송철호 울산남구문화원 향토사연구소장 어리버리산악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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