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숙칼럼]위기극복은 올바른 위기인식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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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숙칼럼]위기극복은 올바른 위기인식에서 시작된다
  • 정명숙 기자
  • 승인 2023.03.2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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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명숙 논설실장

진짜 위기다. ‘산업수도 울산’은 이제 2차산업, 그것도 생산시설만 남은 공장단지로 전락할 지도 모른다. 윤석열 대통령이 ‘투자특국’을 선언하면서 15일 국가첨단산업육성전략을 내놓았다. 반도체·미래차·디스플레이·이차전지·바이오·로봇 등 6대 첨단산업 육성을 위해 전국 15개 도시에 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2026년까지 550조원의 민간투자가 이뤄진다. 그런데 국가산단을 조성할 15개 도시에 울산은 없다.

550조원 가운데 절반이 넘는 300조원은 수도권 용인에 쏟아붓는다. 기흥·화성과 평택에 반도체 생산기지를 두고 있는 삼성이 300조원 투자해 세계 최대 반도체단지를 조성한다. 수도권에 ‘반도체 3각 메가클러스터’ 구축이 가능해진 삼성이 ‘얼씨구나’하는 건 당연하다. 용인반도체클러스터의 고용유발효과는 16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울산 인구 보다 더 많은 고용이 수도권에서 발생하게 됐다.

그리곤 절반도 안 되는 나머지 250조원으로 지방도시 14곳에 나누어 국가산단을 조성한단다. 이러고도 국토균형발전정책이라고 하니 어이가 없다. 더 어이 없는 건 울산이 그 14개 도시에도 포함되지 않았다는 거다. 미래모빌리티는 천안, 수소·미래차·2차전지는 홍성, 미래자동차 핵심부품은 광주, 바이오생명은 안동, 원자력·수소는 울진, 소형모듈원자로(SMR)는 경주, 미래차·로봇은 달성, 수소저장·활용제조업은 완주, 원자력 융합은 창원에 배정됐다. 지난 몇년 동안 울산시가 수없이 언급했던 신성장동력들이 모조리 다른 도시의 국가산단으로 가게 됐다. ‘이불 쓰고 만세를 불러’온 것에 다름 아니다.

울산이 국가산단 부지 선정에서 빠진 이유는 뭔가. 울산시가 신청을 안 했다는 거다. 울산시는 “대선 과정에서 지자체가 요청한 신규 국가산단의 실현가능성 등을 검토해 후보지로 선정하기 위한 연구 용역을 시행 중이라는 게 정부의 공문이었다”며 “대선에서 건의한 지역으로 입지를 제한하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실수라기엔 손실이 너무 크다. 정부도 그렇다. 국토균형발전과 글로벌경쟁력을 위한 ‘투자특국’을 만든다면서 신청한 도시만을 대상으로 삼았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울산 뿐 아니라 부산도 신청을 안 해 빠졌다는 사실이 위로 또는 핑계가 될 수는 있겠으나 울산과 부산은 현실적 형편이 너무 다르다. 부산은 첨단산업단지를 능가하는 수조원이 들어가는 가덕도신공항과 수십만명의 외국관광객을 불러들이는 세계박람회라는 국가적 사업들이 코앞에 닥쳐 있다. 세계수준의 공항과 문화행사가 개최되면 자연스럽게 그에 부합하는 도시인프라가 차곡차곡 갖춰지게 된다. 그러면 첨단산업단지가 없더라도 첨단기업들이 절로 찾아들기 마련이다. 주력산업의 성장정체에 직면해 있는 울산에 비할 바가 아니다.

울산시는 나름 자구책을 제시했다.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지정, 장현도시첨단산단 조속 조성, 도심융합특구 지정 등을 위해 국토부 및 관계 부처와 적극 협의에 나선다는 게 첫째 자구책이다. 또 하이테크밸리산단과 온산국가산단의 확장으로 삼성SDI의 이차전지·미래차 부품 투자계획과 수소산업이 차질 없이 추진될 것이라고 한다. 신규 산단 후보지에서 배제된 것은 아쉽지만 미래성장동력 강화에는 차질이 없다는 설명이다. ‘공업도시 울산’이 국가공단이 아니었다면 가능했을까를 되짚어보면 동의하기 쉽지 않다.

근본적 진단이 필요하다. 국가 정책의 흐름과 그에 따른 울산의 미래를 설계하는 안목이 있었다면 이런 실수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전문가 부재와 지평(地平) 없는 정치력이 빚어낸 참사다. 주도면밀하게 분야별 미래 포트폴리오를 작성하고 지속적 업데이트로 지방정부와 긴밀하게 협조해야 할 전문가 그룹이 없는 울산이다. 전문적 역량 제고를 위해 만든 연구원·재단·센터·공사 등은 퇴직공무원들의 자리보전이나 정치적 보은용으로 전락하면서 제역할을 못하고 있다. 전문가 집단인 지역대학도 곡학아세(曲學阿世)하며 단발성 용역으로 실속만 차린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 무엇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정치인들에 휘둘리거나 몇 안 되는 전문가들의 진정어린 조언조차 마이동풍(馬耳東風)한 안일한 울산시 행정이다. 정부와 지역현안의 매개가 돼야 할 정치권도 자기정치에 바빠 실속 없이 실적 부풀리기만 해왔음이다. 둘러보니 어디에도 낭중지추(囊中之錐) 하나가 없다. 위기 극복은 위기를 인식하는 데서 시작된다는데, 이 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정명숙 논설실장 ulsan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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