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305)]뻐꾸기 소리
상태바
[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305)]뻐꾸기 소리
  • 이재명 기자
  • 승인 2023.05.30 0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이재명 논설위원

모내기가 한창인 들판에 뻐꾸기 소리가 음악처럼 들린다. 밤에는 개구리들이 와글와글 합창을 해대며 뻐꾸기 소리에 화음을 더한다. 뻐꾸기는 봄이 갈 때쯤 왔다가 여름이 끝날 무렵에 베트남이나 필리핀 등 남쪽나라로 떠나는 여름 철새다. ‘뻐꾹뻐꾹’ 하며 우는 것은 수컷인데 혹 가다가는 ‘뻐뻐꾹~’하고 울기도 한다. 일부에서는 수컷의 ‘뻐뻐꾹~’은 비정상적 소리가 아니라 암컷이 주변에 있을 때 내는 소리라는 주장도 있다.

탁란(托卵)은 어떤 새가 다른 종류의 새의 집에 알을 낳아 대신 품어 기르도록 하는 일을 말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뻐꾸기다. 영어로는 Brood Parasite라 하는데 brood는 ‘알을 품는다’는 뜻이고 parasite는 기생충을 말한다. 영화 ‘기생충’을 보면 백수 가족이 다른 사람의 집에 들어가 마치 자기집인냥 살아가는 장면이 나온다. 뻐꾸기도 똑 같다. 뻐꾸기는 개개비, 뱁새, 딱새, 휘파람새 등의 둥지에 알을 낳는다.

저 목소리 들어봐선/ 아닌 것 같다// 저리 곱고/ 깊은 소리// 눈빛처럼 다급하게/ 알을 낳았으리라// 염치머리 없다고/ 미안 미안하다고// 울어 울어도/ 죄 가시지 않는다고// 이 산 저 산에/ 무릎 꿇는 울음 메아리 ‘뻐꾸기’ 전문 (함민복)

▲ 다른 새의 둥지에 낳은 뻐꾸기 알(제일 큰 것).
▲ 다른 새의 둥지에 낳은 뻐꾸기 알(제일 큰 것).

뻐꾸기의 탁란은 수컷의 울음소리로 시작된다. 수컷이 큰 울음소리를 내면 뱁새가 뻐꾸기를 쫓아내려 잠시 둥지를 벗어나는데 이 때 암컷이 뱁새의 둥지에 알을 낳는다. 알을 낳는데는 불과 10초밖에 안 걸린다. 암컷은 알을 낳은 뒤 둥지 안의 알 숫자를 맞추기 위해 뱁새 알 하나를 입에 물고 나온다. 시간이 지난 뒤 다른 알보다 먼저 깨어난 뻐꾸기 새끼는 둥지를 독차지하기 위해 나머지 알 혹은 새끼를 둥지 밖으로 밀어낸다. 보름 남짓 뱁새는 부지런히 먹이를 물어오고, 뻐꾸기 새끼는 어미보다 더 크게 자라 마침내 둥지를 벗어난다.



뻐꾹 뻐꾹 봄이 가네/ 뻐꾸기 소리 잘 가란 인사/ 복사꽃이 떨어지네// 뻐꾹뻐꾹 여름 오네/ 뻐꾸기 소리 첫 여름 인사/ 잎이 새로 돋아나네



뻐꾸기는 5~6월에 돌아오는데 이 때가 여름 초입이다. 윤석중의 ‘뻐꾸기’는 계절의 변화를 잘 말해준다. 6월6일은 현충일이자 망종(芒種)이다. 망종은 모내기와 보리베기가 동시에 이뤄지는 시기다. 뻐꾸기 소리는 들판에 메아리 치고, 심어놓은 모는 뻐꾸기 소리를 들으며 잘도 자란다.

이재명 논설위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대형 개발로 울산 해양관광 재도약 모색
  • [기자수첩]폭염 속 무너지는 질서…여름철 도시의 민낯
  • [울산의 小공원 산책하기](3)겉과 속은 달라-애니원공원
  • 아마존·SK, 7조규모 AI데이터센터 울산에
  • 장생포 수국 절정…한여름의 꽃길
  • 울산 첫 수소연료전지발전소 상업운전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