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침체 장기화로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가는 가운데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이 사업구조 재편에 사활을 걸고 나섰다.
미래 먹거리를 위해 투자 실탄을 확보하고, 한계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는 등 체질 개선에 분주한 모습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경기침체가 장기화하고 석유화학 시황이 악화하면서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전통적 사업 비중을 줄이고 반도체·2차전지 소재 등 미래사업으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친환경 중심 사업구조 전환을 위해 1조18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섰다. SK이노베이션은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차세대 소형 모듈 원자로, 수소·암모니아 등 신사업 개발, 관련 연구개발(R&D)에 사용할 예정이다.
SKC도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C는 자회사 SK엔펄스의 파인세라믹스 사업부와 폴리우레탄 원료인 폴리올을 만드는 자회사 SK피유코어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신성장 동력과 거리가 있는 사업부를 차례로 팔고 미래 먹거리에 집중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해에는 회사의 모태가 된 필름 사업을 매각하고, 2차전지용 동박과 반도체 소재 등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SKC는 또 최근 반도체 테스트 장비 업체 ISC의 경영권을 5225억원에 인수하기로 하면서 반도체 후공정 소재 사업에 뛰어들었다.
울산에 주력생산 공장을 둔 롯데케미칼은 일부 한계 사업을 정리 중이다.
올해 1월에는 고순도 테레프탈산(PTA)을 생산하는 파키스탄 자회사인 LCPL의 지분 전량을 매각했다.
롯데케미칼은 회사의 미래 먹거리로 동박을 정하고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옛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완료했다. 특히, 석유화학 업계는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소재) 제품이 불황 탈출의 돌파구가 될 것으로 보고 앞다퉈 증설에 나서고 있다.
스페셜티 제품의 경우 경기 침체에도 수요가 꾸준하고 성장성이 큰 만큼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효성은 ‘미래산업의 쌀’로 불리는 탄소섬유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효성첨단소재는 2028년까지 총 1조원을 투자해 탄소섬유 연간 생산 능력을 6500t에서 2만4000t으로 늘릴 계획이다.
탄소섬유는 철과 비교할 때 무게는 4분의 1 수준이지만, 강도는 10배에 달해 우주·항공·자동차 산업 등 분야에서 널리 활용된다.
도레이첨단소재도 지난 13일 연산 3300t 규모의 탄소섬유 생산설비를 증설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증설로 도레이첨단소재는 연산 8000t 규모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석유화학업계가 돈이 안 되는 기존 사업을 정리하고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나서는 등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글로벌 경기침체로 시황 회복이 더디자 업황 영향을 크게 받는 석유화학 대신 성장성이 높은 이차전지(배터리), 반도체 소재 분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권지혜기자·일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