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312)]대서, 염소뿔도 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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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312)]대서, 염소뿔도 녹는다
  • 이재명 기자
  • 승인 2023.07.2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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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논설위원

지난 21일은 중복(中伏)이었고, 지난 23일은 ‘큰 더위’를 뜻하는 대서(大暑)였다. 사람들은 여름휴가 또는 피서(避暑) 준비에 여념이 없다. 바캉스, 호캉스, 촌캉스, 몰캉스…여름휴가도 가지가지다. 바캉스(Vacance)는 여름휴가를 뜻하는 프랑스 말이고, 호캉스는 호텔에서 즐기는 여름휴가다. 몰캉스는 쇼핑몰에서 즐기는 바캉스를, 촌(村)캉스는 시골집에서 ‘몸뻬’ 바지를 입고 힐링을 즐기는 바캉스를 말한다. 최근에는 휴양지에 머물며 원격으로 일하는 ‘워케이션(workcation)’이 늘고 있다고 한다.

중복, 대서 즈음에는 ‘염소뿔도 녹는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 뜨거운 시기다. 그래서 사람들은 기운을 보강하기 위해 삼계탕(蔘鷄湯)을 즐겨 먹는다. 문헌을 보면 삼계탕은 원래 계삼탕(鷄蔘湯)이라고 불렀다. 그러다 1960년대에 비로소 ‘삼계탕’이라는 이름의 음식이 식당에서 팔려나가기 시작했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삼계탕에 들어가는 ‘영계(-鷄)’는 병아리보다 조금 큰 어린 닭을 말한다. 이 단어의 원말은 ‘연계(軟鷄: 연한 닭)’다.

▲ 작천정 피서.
▲ 작천정 피서.

…어린 것이 다리 꼬고 누워/ 인삼 하나 끌어안고/ 남세스럽게 누드쇼는 하지만/ 버젓한 한류스타이기에 여한은 없다/ 저승사자인 인간들이여/ 마지막 가는 길 부탁하나하자/ 젓가락으로 잔인하게 꼬집어도 좋으니/ 뼈 마디마디 깔끔하게 추려 해탈시켜다오 ‘삼계탕’ 일부(권오범)

피서는 오랜 옛날부터 있었다. <삼국유사>를 보면 신라 하대에는 사절유택((四節遊宅)이라 하여 진골 귀족들과 화랑들이 4계절마다 별장을 돌아가며 유흥을 즐겼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들은 봄에는 동야택(東野宅), 여름에는 곡량택(谷良宅), 가을에는 구지택(仇知宅), 겨울에는 가이택(加伊宅)을 찾았다고 한다. 이 중에서 곡량택은 귀족들의 여름 별장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에서는 피서산장(避暑山庄)이 가장 유명하다. 피서산장은 1702년 강희제가 열하(현재 승덕시)에 지은 황제들의 별궁으로, 옹정제를 거쳐 건륭제 말년에 완성됐다. 이후 이 산장은 200년간 황제들의 여름궁전으로 이용됐다.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에서 ‘열하(熱河)’는 피서산장이 있는 곳을 말한다.

바야흐로 휴가철이자 피서의 계절이다. 그러나 너무 소란스러운 휴가는 주위에 민폐를 끼친다. 하물며 지금은 전대미문의 수해로 국민들이 아파하고 있지 않는가.

이재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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