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일부 조건을 갖춘 경우 노조가 사업자에 해당할 수 있으며, 경쟁 사업자를 배제해 독점적인 지위를 유지·강화하기 위한 행위는 노조라도 사업 활동 방해 행위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지난 13일 울산항운노조가 제기한 시정 명령 및 과징금 납부 명령 취소 소송에서 울산항운노조의 상고를 기각하고 공정거래위원회 처분이 적법하다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27일 밝혔다.
앞서 공정위는 울산항운노조가 화주인 세진중공업 내 부두에 농성용 텐트를 치고 차량과 소속 조합원들을 동원해 부두 등을 봉쇄, 경쟁 사업자인 온산항운노조의 선박 블록 하역 작업을 방해한 것은 공정거래법상 사업 활동 방해 행위에 해당된다며 시정 명령과 함께 과징금 1000만원을 부과했다.
울산항운노조는 처분에 불복해 서울고등법원에 행정 소송을 제기했고, 패소하자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했다.
울산항운노조는 자신들이 공정거래법상 ‘사업자’에 해당하지 않고, 부두 등을 봉쇄한 행위는 노동조합법에 따른 적법한 쟁의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공정거래법에서 불공정 거래 행위의 주체인 사업자를 ‘제조업, 서비스업, 기타 사업을 행하는 자’로 규정하고 있을뿐 범위는 아무 제한을 두고 있지 않은 점, 국내 근로자 공급 사업의 경우 노동조합법에 따른 노조만 사업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직업안정법에서 규정하고 있어 근로자 공급 사업 허가를 받은 노조는 노조의 지위와 사업자의 지위를 겸하게 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적어도 노조가 직업안정법에 따라 근로자 공급사업 허가를 받아 이를 영위하는 범위 내에서는 공정거래법의 적용 대상인 사업자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어 부두 등 봉쇄 행위는 온산항운노조의 하역 작업을 저지하기 위한 것으로, 주 목적이 근로 조건의 향상이 아니라 신규 근로자 공급 사업자인 온산항운노조를 배제하고 자신의 독점적 지위를 유지·강화하는 데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춰 노동조합법상 쟁의 행위의 실질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온산항운노조가 근로자 공급 사업 허가를 받기 전까지 울산에서 유일한 근로자 공급 사업자로서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었던 점, 울산항운노조의 행위로 온산항운노조의 노무 공급 계약이 해지된 점, 울산항운노조가 이후 독점적 지위를 계속 유지할 수 있었던 점 등을 이유로 부당한 방법으로 온산항운노조의 사업 활동을 방해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노조도 관련 사업 허가를 받아 이를 영위하는 범위 안에서는 공정거래법상 사업자에 해당한다는 의미”라며 “경쟁 사업자를 배제해 자신의 독점적 지위를 유지·강화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뤄진 행위는 노조의 경우라도 공정거래법상 사업 활동 방해 행위에 해당됨을 명시적으로 판단한 최초의 대법원 판결”이라고 밝혔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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