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통상자원부가 국가첨단전략산업 이차전지 특화단지로 울산과 충북 청주, 전북 새만금, 경북 포항 등 총 4곳을 선정했다. 이차전지라는 테마 아래 4개 지자체는 서로의 특화 분야를 중심으로 치열한 경쟁에 나서게 된다. 각 지자체마다 특화 분야가 뚜렷한 만큼 상생을 위한 협업도 가능할 전망이다. 전주기 밸류체인을 구축한 울산 역시 예외는 아니다. 울산은 독자적인 이차전지 생태계를 갖추고 있지만 밸류체인 확대를 위해 타 지자체와 경쟁은 물론 협력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조언이 제기된다.
◇울산 전주기 독자 생산체계 구축
이차전지 산업은 니켈, 코발트, 망간, 리튬, 인산 등의 원소재 확보, 원소재를 이용한 양극재 등의 소재 생산, 소재를 제품화하는 공정, 완성된 이차전지를 활용하는 사업화 분야, 수명이 다한 배터리 셀에서 광물을 추출해 자원화하는 재사용·재활용 등으로 순환하며 이어진다.
이차전지의 생산 공정을 감안하면 울산은 원소재부터 재사용·재활용으로 이어지는 이차전지 산업의 전주기 체체를 갖춘 유일한 지자체다.
울산은 원소재와 연관 있는 비철과 화학산업이 뿌리 내려 있고, 리튬 이차전지 양극재를 생산하는 에스엠랩 등의 기업도 활발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세계적인 전지 제조사인 삼성SDI와 완제품 이차전지를 활용할 수 있는 전기자동차·친환경 스마트선박 등의 후방 산업도 연계돼 있다.
울산시는 2009년 삼성SDI의 자동차 중대형 전지 공장 건립을 기점으로 이차전지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인적·물적 인프라를 조성하고 각종 지원 시책도 적극적으로 펼쳐왔다.
우수한 연구 역량을 보유한 UNIST, 전국 최고 규모의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의 원천기술 연구 지원 기반, 전국 최고의 기업 지원 장비 활용률을 보이고 있는 울산테크노파크 등 기초연구에서부터 사업화를 위한 실증, 고급 인력 양성까지 이차전지 산업 전분야에 걸쳐 기업을 지원할 수 있는 혁신 기관을 보유하고 있다.
◇포항과 협업 시 윈윈 효과 기대
포항은 연 70t만 이상의 국내 최대 양극재 생산 거점으로 특화 조성된다.
포항에는 에코프로, 포스코퓨처엠 등 양극재와 관련된 국내 선도 기업들이 입지해 있다. 2027년까지 12조원 이상의 민간 투자가 확보돼 있는 등 자금력도 만만치 않다. 울산은 이차전지 산업의 전주기 사업 체계가 구축돼 있지만 양극재 분야에서는 포항에 다소 약세를 보인다는 분석이다. 에스엠랩, STM 등이 활발한 투자를 바탕으로 양극재 생산에 나서고 있지만 규모 면에서는 포항을 다소 밑돌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지리적으로 인접한 울산과 포항이 전략적으로 연계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이 잇따라 제기된다.
삼성SDI가 이차전지 생산 과정에서 부족한 양극재를 포항에서 조달할 수 있고, 포항 역시 생산한 양극재를 울산에 판매할 수 있다. 고려아연과 LSMnM 등이 생산한 원소재 물질은 포항으로 판매해 양극재 생산에 활용하는 등 해오름동맹의 윈윈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강정진 울산테크노파크 이차전지종합기술센터 연구원은 “기업들이 다량의 거래처를 확보하는 것은 밸류체인 구축 차원에서 필수적”이라며 “울산이 소재 분야에서 앞서 있는 포항과 협업할 경우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청주·새만금 접점 적어
청주는 리튬황과 4680 원통형 배터리를 중심으로 한 미래 이차전지 혁신 거점으로 낙점받았다. 청주에는 2026년까지 4조2000억원 규모의 자본이 투입될 예정이다. 청주는 황 나노 물질을 이용해 용량이 크고 안전성이 확보된 리튬황 배터리를 개발한다. 또 전극을 지름 46㎜ 길이 80㎜의 원통 캔 안에 넣는 3세대 원통형 배터리도 개발한다.
반면 울산은 리튬·인산·철(LFP)을 이용한 각형 배터리가 주력이어서 청주와 울산과의 접점은 적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전북 새만금은 핵심 광물 가공 및 리사이클링 전초기지로 성장한다. 울산 역시 광물 가공과 리사이클링 분야의 투자가 진행 중이어서 일부 업종이 중복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만 새만금은 아직 투자를 유치하기 시작하는 등 사업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다는 점에서 사업이 활발히 진행 중인 울산에 비해 속도가 느리다는 차이가 있다.
광물을 가공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며, 폐기물 처리에 대한 해법도 모색돼 있어야 한다. 새만금이 본격적인 사업화에 나서기까지 시일이 다소 걸릴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