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21년 1월초 악취방지법이 시행되면서 울산은 울산·미포국가산업단지, 온산국가산업단지, 울주군 삼동면 하잠리와 조일리 등 4곳을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해 매년 악취관리실태 조사 등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악취 민원은 여전히 빈발하고 있다. 본보는 악취 실태를 현장 취재하고 악취 해소 등 대책을 살펴본다.
◇공단 곳곳 악취에도 주의권고만
지난달 28일 남구 환경관리과 직원들로 구성된 악취단속·관리반과 찾은 울산·미포국가산업단지. 현장 인근에서부터 악취포집차량 창문을 모두 열고 울산석유화학공단 3문으로 들어섰다. 3문 수㎞ 전부터 식초와 베이킹소다를 섞은 듯한 톡쏘는 시큼한 냄새가 났다. 관리반은 3문에 차량을 세우고 입구 건물 위에 설치된 고정식 악취포집기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악취를 채집했다.
포집된 악취가 담긴 봉투를 꺼내 차량에 실은 뒤 다시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으로 역추적을 시작했다. 악취 배출원을 추정해 인근 공단으로 들어서자 시큼한 냄새는 더욱 강해졌다. 이곳 일원에는 ‘초산’을 원료로 하는 사업장 수곳이 몰려있다.
공장 관계자들은 관리반이 들이닥치자 “일원에 모두 비슷한 물질을 취급하고 해당 공장 내 확인을 지시했지만 배출될 만한 공정을 진행하지 않았다”고 악취와의 관계를 부인했다. 대규모 사업장인 이들 사업장은 관리기관이 낙동강유역환경청이어서 관리반은 주의권고 수준의 조치를 하는데 그쳤다.
관리반은 일원의 또다른 공장 배출구에 이동식 악취 포집기를 설치하기 위해 한 폐기물사업장으로 이동했다. 이동하는 중 시큼한 냄새는 금세 비릿한 냄새로 바뀌었다가 또다시 음식물 쓰레기같은 냄새로 바뀌었다. 이날 포집기 설치 대상 사업장의 배출구 높이는 55m. 관리반은 이동식 악취포집기를 들고 측정위치인 29m 높이의 최종배출구로 올라가 수십여분에 걸쳐 설치를 마쳤다. 이렇게 포집된 악취봉지는 48시간 내 울산보건환경연구원으로 성분 분석을 의뢰한다. 2~3주 간의 분석 후 결과를 받아본 뒤 지자체에서는 원인, 성분 등을 확인해 배출원을 특정, 배출기준을 초과한 경우 해당 공장에 시정명령 등 처분을 내린다.
◇산단 주변 거주민만 33만여명…악취 민원 일상화
울산에는 국가산단 2곳을 포함한 지정 산단이 모두 30곳이다. 도심 주변, 해안가 쪽으로 산단이 조성돼있어 특히 바람 등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지난 2022년 울산 악취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울산은 7~9월 바람과 온·습도 영향으로 민원이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온도는 26~30℃, 상대습도 60~80%일 때 인체가 냄새 등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또 하절기에는 울산 동쪽에 위치한 국가산단이 주로 남동·북동풍으로 부는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 구조다. 특히 민원이 가장 많은 남구는 산단과 거주지 간 거리가 가깝고 지난해 기준 악취배출사업장 전체 386곳 중 149곳이 위치해있다. 실제로 울산 전체에서 발생한 악취 민원 685건 중 남구가 249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북구 187건, 울주군 177건, 동구 57건, 중구 15건 순이었다.
게다가 산단 일원 6㎞ 내 거주하는 시민만 33만여명으로 울산·미포산단 인근 약 25만여명, 온산국가산단 약 8만여명이 거주 중이다. 인근으로 공동주택 허가가 늘어나고 있어 민원 증가는 불보듯 뻔할 것으로 보인다. 조사에서는 지난해 악취실태조사 대상 사업장 43곳 가운데 배출허용기준을 초과한 곳은 6곳(11.3%)으로, 적게는 기준치의 100배, 많게는 2만800배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민형기자 min007@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