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에 본사를 둔 HD현대중공업의 특수선 사업이 난항을 겪게 되면서 지역 경제에도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HD현대중공업이 3년 전 실수에 발목 잡혀 향후 수년간 군함입찰시에도 패널티를 적용 받게 된 가운데 경쟁사인 한화오션이 해양 분야 방산 사업을 독점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결국 울산지역 조선업 특수선 사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일감도 급감하게 될 것이라는 시각이 팽배하다.
15일 HD현대중공업은 울산급 배치Ⅲ 5·6번함 건조사업 입찰과 관련해 서울중앙지법에 방위사업청을 상대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확인 등을 위한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방사청은 울산급 배치Ⅲ 5·6번함 우선협상대상자로 한화오션을 선정했다. 한화오션의 최종 점수는 91.8855점으로 HD현대중공업(91.7433점)을 근소한 차이(0.1422점)로 제쳤다.
기술능력평가에서는 HD현대중공업이 72.3893점으로 한화오션보다 0.9735점 높았다. 소수점 차이로 수주 여부가 갈리는 특수선 시장에서 1점에 가까운 기술능력평가 점수 차이는 꽤 큰 편이다. 하지만 HD현대중공업은 과거 불공정행위 이력으로 1.8점의 감점을 받아 최종적으로 입찰에서 떨어졌다.
HD현대중공업은 앞서 차세대 한국형 구축함(KDDX) 사업 관련 개념설계 등 군사기밀을 촬영해 사내에 공유한 회사 관계자가 작년 11월 유죄판결을 받음에 따라 이번 입찰의 무기체계 제안서 평가에서 1.8점의 보안 감점을 적용받았다.
특히 HD현대중공업이 우려하는 것은 보안사고 감점이 5~6년 후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2월 신설된 단서 조항에 따르면 ‘형 확정 후 3년 간’ 감점이 적용되기 때문에 현재 진행 중인 재판 결과에 따라 벌점 적용 시점은 수년 더 늘어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HD현대중공업은 최대 5년 가량 사실상 국내 함정 사업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과거 발생한 함정 연구개발 자료 불법 촬영 사건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고 재발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다만 불합리한 규정에 따라 실제 불이익을 받는 방산업체로 HD현대중공업이 유일하다고 평가되는 가운데 이제는 함정 사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HD현대중공업은 이번 가처분 절차를 통해 방위사업청에 기술능력 평가점수 등에 대한 구체적 소명을 요청하고 ‘방위력 개선사업 협상에 의한 계약체결 기준’의 합리성에 관한 판단을 받을 계획이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방사청이 2019년 9월 국무조정실과 국민권익위원회의 개선 권고에 따라 ‘보안사고 감점 기준’을 일부 완화했으나, 불과 2년여 만에 세 차례나 기준을 개정하면서 강화된 감점 기준이 HD현대중공업에만 소급 적용되는 결과가 초래됐다”며 “이런 기준에 따르면 기술력 우위가 아닌 감점 여부가 수주를 사실상 결정하는 문제가 발생하게 돼 가처분을 신청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2022년 12월 신설된 단서 조항을 합리적 이유 없이 소급 적용하면서 보안사고 감점이 언제까지 적용될지조차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는 사실상 향후 수년간 입찰 참여를 배제해 국내 함정사업이 독점 형태로 재편될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