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반기 조선용 후판 가격을 놓고 조선업계가 철강업계와 치열한 협상전에 들어갔다. 조선업계는 인하, 철강업계는 인상을 주장하면서 팽팽한 대치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1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 등 조선 3사는 철강업계와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물품은 계속 납품하지만 가격 책정은 아직인 상황이다.
조선업계는 최근 글로벌 후판 가격의 하락세를 감안해 국내 후판 가격 역시 내려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인 후판은 선박 총 건조 비용의 15~20% 수준을 차지, 선박 제작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소다. 지난 2020년 하반기 t당 60만원대에서 2021년 하반기 110만원대로 급등하면서 선가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조선업계는 통상적으로 상·하반기 두 차례 철강업계와 후판 가격을 협상한다. HD현대중공업과 포스코가 협상을 마치면 나머지 조선사와 철강사가 따르는 방식이 보편적이다.
조선업계는 국제 후판 가격 하락을 근거로 인하를 주장하고 있다. 올해 2분기 철광석 가격이 하락세로 접어든 가운데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인 중국이 과잉 생산에 나서면서 후판 가격이 내렸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발표한 중국산 철광석 수입 가격은 t당 105.1달러로, 지난 1월 대비 19% 감소했다. 1000달러까지 치솟았던 중국산 후판 가격 역시 500달러 중반대까지 하락했다.
반면 철강업계는 산업용 전기료가 인상되면서 원가가 상승했고, 글로벌 철강업 부진 등 외부 요인을 고려하면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산업용 전기요금은 지난해 3차례나 인상된 데 이어 올해도 1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h당 21.1원 인상됐다. 철강업계에서는 올해 산업용 전기료 인상분으로만 수백억원씩의 요금 부담이 늘어났다고 주장한다. 철강업계에서는 글로벌 철강 시황 악화에 따른 실적 부진도 요금 인상 요인으로 꼽고 있다.
조선업계와 철강업계의 치열한 가격 협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올해 상반기에도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다가 통상 3~4월이면 완료하는 상반기 후판 가격 협상을 한 달가량 지연한 적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이슈가 겹치다 보니 조선업계와 철강업계의 입장 차가 커 협상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