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규홍의 말하기와 듣기(3)]칭찬말을 아끼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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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홍의 말하기와 듣기(3)]칭찬말을 아끼지 말자
  • 경상일보
  • 승인 2023.12.2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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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규홍 경상국립대학교 명예교수·국어국문학과

사람이 한평생 살면서 후회되는 일이 어찌 한 둘이겠는가마는 그 중 후회되는 일 하나를 들라면 내 자녀가 한창 자랄 때 아버지로서 칭찬하는 말을 더 많이 못했던 것이다. 내가 나의 아버지에게 배운 것처럼, 경상도의 무뚝뚝한 여느 남자들처럼 사랑을 가슴으로 안고만 있었을 뿐 칭찬말을 하는 데 인색했다. 내 욕심이 앞서 칭찬보다 꾸짖음이 더 많았고, 남과 비교하면서 자녀들을 닦달했었다. 때론 칭찬할 일이 있었을 때에도 그냥 침묵했거나 지나가는 말 한 마디만 무심코 던졌을 뿐이었다. 나의 삶에 눈이 어두워 좀더 많이 안아 주지 못했고, 더 사랑하지 못한 아쉬움이 지금 켜켜이 남아 있다.

칭찬하는 말을 싫어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한 사람도 없다. 수많은 선지자들도 한결같이 남에게 칭찬하는 말을 많이 하라고 가르치고 있다. 지나친 칭찬이 상대를 자만에 빠뜨리게 하거나 오만하게 할 수도 있다면서 경계하라고 했지만, 진정 사랑하는 마음에서 우러난 칭찬은 언제 어디에서 아무리 많이 해도 지나치지 않다.

칭찬은 상대를 자신감과 자존감을 높여주는 신비로운 묘약이다. 그 어떤 말보다 상대를 기쁘게 하고 행복하게 하는 말이다. 칭찬하는 소리를 듣고 환하게 기뻐하면서 돌아서는 그들의 얼굴을 보았는가. 반대로 꾸짖음의 소리를 듣고 고개를 숙이면서 어두운 얼굴을 하고 돌아서는 그들을 보았는가.

칭찬의 말에는 말하는 사람의 좋은 마음의 기운이 있으며 칭찬의 말소리에는 좋은 기운의 음파가 담겨있다. 그래서 칭찬하는 말에는 언제나 상대를 즐겁고 신나게 하는 힘(에너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칭찬의 소리는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동물과 식물에게도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킨다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우리가 두루 알고 있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켄 블랜차드 외)란 책에서도 칭찬이 얼마나 놀라운 힘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인간도 아닌 고래가 인간이 하는 칭찬말을 듣고 긍정적 행동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비단 고래뿐만 아니다. 그런 모습은 주위 애완동물들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대부분 질책이나 꾸짖음은 말할 이 자신의 욕심에서 나오고 자기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때 나온다. 겉으로 보기에는 상대를 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깊은 내면에는 자신의 욕심일 뿐 결코 상대에게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상대가 설령 잘못을 했고 조금 실수를 했거나 기대에 미치지 못했더라도 상대의 어깨를 토닥여주면서 격려해주고 위로해 주는 그런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상대가 힘들어 할 때 해주는 칭찬은 기대 이상의 큰 힘을 발휘한다. 그런데 그런 칭찬말을 하는 것 또한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인내와 너그럽고 넓은 마음을 가져야 한다.

한 해가 지나가는 끝자락이다. 새해에는 우리 모두 칭찬말을 더 많이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모두 밝고 행복한 한해가 되길 기도한다.

임규홍 경상국립대학교 명예교수·국어국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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