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울산에도 달빛어린이병원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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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울산에도 달빛어린이병원을 만들자
  • 경상일보
  • 승인 2024.01.0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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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한섭 진보당 울산시당위원장

얼마 전 북구 송정동에 사는 젊은 노동자 부부를 만난 적이 있었다. 어린아이 둘을 키우는 이 부부의 아이 키우는 얘기를 듣다가 소아청소년과 오픈런 얘기를 들었다. 울산에서 소아 진료를 많이 보는 한 병원에 진료를 보기 위해 새벽 3시부터 줄을 서서 대기하다가 6시에 번호표를 받고 8시에 진료접수를 하고, 병원 진료가 시작되면 순번을 기다려 진료를 본다는 얘기였다. 당일 오전에라도 진료를 받으려면 새벽 3시에는 줄을 서야 한다는 얘기였다. 아이 키우는 건 예나 지금이나 만만치 않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이들은 어른처럼 어디가 얼마나 아픈지 얘기할 수가 없다. 또 아이는 신체기관이 덜 발달한 상태여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의 진료가 꼭 필요하다. 병원이 문 닫은 시간이면 종합병원 응급실에 가게 되는데, 응급실은 응급환자의 처치를 먼저 하니까 경증 소아 환자의 경우 순번이 뒤로 밀리기 일쑤이고, 전쟁터 같은 응급실 상황을 마주하면 아이의 병원 트라우마까지 걱정해야 한다. 더구나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없어 일반적인 해열제 치료만 처방받거나 심한 경우 양산 부산대병원으로 달려가야 한다.

이런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소해 보려고 보건복지부가 2014년부터 달빛어린이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달빛어린이병원은 평일 야간이나 공휴일 등 일반 소아청소년과 병 의원이 문을 닫는 시간에 진료가 가능한 소아 청소년 전문의료기관이다. 평일은 저녁 12시까지, 공휴일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한다. 응급실보다 비용이 저렴하고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을 수 있어 이용자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

현재 달빛어린이병원은 현재 14개 광역시도에 59개소가 지정,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울산에는 달빛어린이병원이 단 한 곳도 없다. 울산은 가장 젊은 도시이고, 따라서 아동 청소년의 비율도 높은 편이다. 특히 울산 북구는 만 18세 미만 소아 청소년 진료 대상자가 20%에 이른다. 울산은 촘촘한 보육, 의료, 복지 등 환경 조성으로 아이부터 노인까지 누구나 안심하고 일상을 즐기는 도시를 구현하겠다는 비전을 내세웠으나, 실상은 전국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실이다.

2023년 울산 북구주민대회에서 주민들은 울산 북구에 필요한 시설로 공공병원 유치에 이어 달빛어린이병원을 2순위로 선택했다. 울산에 있지도 않은 달빛어린이병원을 주민들이 먼저 알고 필요하다고 요청한 것이다. 진보당 울산시당은 달빛어린이병원 추진본부를 구성하고, 청원 서명을 받고 있다. 서명을 받으면 젊은 부모님들의 참여와 지지가 폭발적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아직 달빛어린이병원을 운영하지 못하는 의료계의 어려움도 있다. 보건소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니 지금도 소아청소년과 의사분들이 적정 인원을 초과한 진료를 하고 있고, 의료공백을 줄이기 위해 적극적인 연장 진료를 하는 곳도 있다. 구조적으로는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의 의사가 부족하고, 적절한 의료인력 확보를 위한 지원이 제대로 되지 않아 어찌해 볼 도리가 없다는 하소연도 나오고 있다.

달빛어린이병원이 울산에 필요하다면 행정과 의료계, 주민과 정치권도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울산에 달빛어린이병원 지원조례가 최근 제정됐다. 울산시와 구, 군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지역 의료기관을 설득하고, 의료자원에 크게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활용해 소아 청소년에 대해 시간 외 진료를 확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지방소멸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다. 내년이면 합계 출산율이 0.7명이 되지 않을 거라는 얘기도 나온다. 말만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가 아니라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만드는 것부터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할 시점이다.

윤한섭 진보당 울산시당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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