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슬기로운 학교생활-영어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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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슬기로운 학교생활-영어 편
  • 경상일보
  • 승인 2024.01.1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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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단아 울산 화암초등학교 교사

필자가 신규교사로 막 발령받았을 때는 학교마다 몰입교육을 위한 원어민 강사들이 있었다. 특히 거점학교에는 영어교육을 담당하는 영어 센터가 있었다. 이곳은 방과 후 교실과 또 다른 개념으로 학교 원어민과 강사들이 영어교육을 하는 곳이었다. 그래서 필자는 1명도 아닌 3명의 원어민 강사를 관리하게 되었다. 막 한국에 도착한 그들을 외국인 출입관리사무소에 데려가 신분증을 만드는 일부터 방을 구하고 인터넷이나 핸드폰을 개통하는 일, 심지어 통장을 개설하는 일까지 원어민 강사와 관련된 공적인, 사적인 모든 일이 학교 업무에 포함되었다.

지금은 울산에서 사라지는 학교 원어민 강사에 대해 필자가 갑자기 이야기를 꺼낸 것은 2023년을 마무리하며 본교에서 한 학부모 설문조사 때문이다. 한 학부모가 원어민을 학교에서 볼 수 없어져서 너무 불편하고 학생들에게 생생한 영어교육이 전달되지 못해 아쉽다는 의견을 기타란에 적은 것이다. 의견을 읽은 필자는 조금 마음이 무겁고 불편했다.

사실 원어민 강사의 경우 교육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영어권에서 태어나 모국어가 영어라는 이유만으로 특별한 검증을 거치지 않고 선발돼 한국에 들어와 한 달 남짓의 연수를 받고 각 지역으로 발령을 받아 흩어지는 원어민들 때문에 고생하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모든 원어민이 그런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많은 원어민이 수업을 해본 적조차 없었다.

게다가 울산 외곽 지역으로 발령이 난 원어민 강사의 경우 자신이 생각한 한국의 생활이 아니라며 일주일도 되지 않아 주말에 담당 교사에게 메일만 남기고 떠나는 일도 있었다. 필자가 겪은 원어민의 경우 미국에서 온 백인 남자였는데 사적인 사유로 수업에 지각해 1교시를 참여하지 않고, 수업 중에는 핸드폰을 수시로 사용하며, 협력 교사의 당부에도 학부모 공개 수업에서 사전 수업 준비를 하지 않았다. 이런저런 이유로 재계약을 할 수 없다고 말하니 교장실에서 굉장히 화를 낸 기억이 난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원어민 강사는 울산 교육에서 서서히 사라지게 되었다. 그러나 원어민 못지않은 실력을 갖춘 교사들이 점점 성장해 왔다. 그래서 지금 울산의 영어교육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사정을 모르는 학부모의 원어민(외국인)을 찾는 글을 보니 올해 영어과를 전담하고 있는 교사로서 왠지 모르게 씁쓸하고 속이 상하는 기분이 들었다.

영어교육은 가르치는 교사나 강사의 영어 실력도 중요하지만, 교육자가 얼마나 학습자 수준으로 하강해 학습자에게 적합한 정보를 제공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울산에 근무하고 계신 영어과 선생님들과 초등 선생님들은 누구보다도 헌신적이다. 게다가 영어교육에 앞장서 계신다. 그러니 우리 학부모님께서도 늘 학교의 편에서 교사를 지지해 주는 그런 모습을 기대하며 글을 마친다.

신단아 울산 화암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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