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오후 11시46분. 울산 중구 성남동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A씨에게 마스크를 낀 남성이 찾아왔다.
명품 옷에 금팔찌를 찬 해당 남성은 자신을 단골이라고 소개하며, “지금 은행 점검 시간이라 돈이 출금되지 않는데, 현금을 빌려주면 다음주 월요일 돈을 갚고, 손님도 많이 데리고 오겠다”고 말했다.
대형 통신사 직원이고 가게도 자주 왔다던 남성의 말에 A씨는 현금을 빌려줬으나, 월요일이 돼도 남성은 돌아오지 않았다.
최근들어 울산지역 중구와 남구 일대에서 소상공인을 상대로 한 소액 현금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울산에서 피해자가 10여명에 달한다. 소상공인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16일 울산경찰에 따르면 남부서는 지난 12일 울산 중·남구 일대에서 사기 혐의 및 무전취식 등을 일삼은 30대 남성을 체포했다.
남성은 현금 사기를 포함해 무전취식, 미수 등 10여 차례 점포를 돌아다니며 사기를 벌인 혐의를 받는다.
지역 상인회와 업주들에 따르면 1월 초부터 성남동 상가 일대에서 소액 현금 갈취를 수 차례 진행하다 무거·삼호동 일원으로 넘어가 같은 수법으로 범행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에 따르면 남성은 “자주 왔는데 기억 못하겠느냐, 대형 통신사 직원인데 돈을 빌려주면 회식도 여기서 하고 돈도 갚겠다”고 말하며 소액 현금을 편취했다.
실제 지난 6일 피해를 당한 A씨는 “남성이 오지 않아 일대 업주들에게 물어보니 같은 방식으로 최대 10만원까지 돈을 가져간 것을 알게 돼 급하게 경찰에 신고했다”며 “소액이라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업주들까지 포함하면 피해가 상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울산에서 비슷한 피해 사례가 삼산동, 삼호동 등에서도 있는 것으로 전해져 피해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확인된 피해자들의 영업장은 철물점, 호프집, 음식점 등 다양하며 특히 은행 점검 시간인 자정에 주로 사기 행위를 벌였다.
해당 남성은 지난 12일 무거동에서 동일 범죄를 저지르다 앞서 상인들 사이 사기 소문을 들은 업주가 범행을 눈치채고 경찰에 신고하며 현행범 체포됐다.
이에 소상공인들은 경기불황으로 매출도 저조한 상황에 이같은 사기범들이 기승을 부리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상인회 관계자는 “최근 흉흉한 경기 속에서 단골 손님을 가장해 돈을 빌려가는 것은 영업장을 두번 죽이는 것이고, 비슷한 사례가 계속 발생하고 있어 상인들도 마음이 아프다”고 토로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접수된 피해 외 비슷한 사례의 신고가 추가 접수되고 있어 해당 남성을 상대로 여죄가 있는지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라며 “타 구·군에서 소액이라도 피해를 입었다면 남부경찰서로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정혜윤·강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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