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왜 무허가촌을 벗어나지 못하나]국유지 불법점유 대책 손놓은 당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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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 무허가촌을 벗어나지 못하나]국유지 불법점유 대책 손놓은 당국
  • 오상민 기자
  • 승인 2024.01.1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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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유지에 무허가로 운영중인 울산 남구 장생포 회센터가 지붕이 뜯겨나가거나 훼손된 채로 흉물스럽게 방치되고 있다. 김경우기자
‘고래박물관’ ‘고래연구소’ ‘국·시유지 불법건축물 집적지’. 울산 남구 장생포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다.

한쪽에는 국내 최대 고래인프라를 보기 위해 인파가 몰리고, 외곽 해안가 주변에는 수십년째 불법건축물들이 점령하면서 도시미관 훼손, 환경 문제 등을 유발시키고 있다. 관광활성화나 시민을 위한 워터프런트(친수공간), 나아가 글로벌 무역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라도 이같은 해안가 주변 무허가촌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정비계획을 세울 때가 됐다.

지난 16일 울산 남구 장생포 옛 울산해양경찰서 앞. 남구도시관리공단 건물을 지나 해안가에 다다르자 가건물 20여채가 빼곡히 모여있다. 대부분 회를 판매하는 곳이다. 몇몇은 지난 2022년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지붕이 뜯겨나간 채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다. 영업을 하지 않는 다른 곳은 가게 앞에 정수기, 호스, 식탁 등 각종 생활쓰레기가 나뒹굴고 있다.

이 불법건축물들은 고정물에 의지한 채 바다위에 떠 있는 상태다. 해양환경 오염 우려도 높고, 영업을 하는 업주나 이용자들의 안전우려 또한 높다. 한 방문객은 “고래문화마을을 방문했다 회를 먹으러 이곳에 왔는데, 회센터 상태가 충격적이다”며 “회를 먹는데 이런 환경이라면 재방문은 하지 않을 것 같다”고 혀를 내찼다.

이곳은 해양수산부 소유로 국유지다. 가건물 20여채는 모두 불법건축물이다. 지자체에서 일반음식점 허가가 나지 않기 때문에 영업도 불법이다. 각종 사고 발생시 책임소재를 명확하게 구분하기 조차 힘든 실정이다.

그러나 관계당국의 손길은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다.

위생 관련 관리·감독을 맡은 구청은 정기적인 현장 지도·단속보다 단순신고에 의존하고 있다. 실제 최근 3년동안 위생법 위반업체 단속건수는 한건도 없다.

현재 부지 개발권을 이관받은 울산항만공사(UPA)가 실질적인 관리주체다. UPA는 항만기본계획에 따라 2030년까지 이 곳의 불법건축물을 철거하고 ‘항만구역’으로 개발할 구상을 갖고 있다. 하지만 땅은 국유지라도, 건물에 대한 재산권은 상인들한테 있어 국가기반시설 조성에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UPA 관계자는 “올해 4월까지 항만구역 설치 기본계획에 대한 재검토 용역을 시행하고 있다”며 “현재까지는 기존 기본계획안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오랜 세월동안 한 곳에서 영업한 상인들이기에 구체적인 개발이 어려운 상황으로, 검토 용역 이후 당장 개발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고 설명했다.

이 곳의 한 상인은 “항만이나 부두 등을 조성해야 하는 것에는 동의한다”면서도 “지자체나 정부에서 다른 곳에서 영업할 수 있는 이주 계획이라도 제시해야 이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울산세관 통선장 일원에도 불법건축물들이 자리하고 있다. 일부 건물은 벽에 금이 가거나, 문이 내려 앉은 상태지만 ‘장생포 순환도로 확장사업’에 포함되는 구역이다 보니 수년째 현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이곳 역시 일부는 국·시·구유지, 사유지 등이 얽혀있는 상태로 도로확장 사업을 위한 1차 보상 단계가 진행되고 있다. 보상 대상지는 143필지 중 139필지로 7필지는 보상을 완료했고, 13필지는 수용재결 신청을 한 상태다.

특히 보상 관련 예산 확보 문제 등으로 3차 보상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실질적인 철거와 착공은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또 장생포로 29 일원에도 약 30여m에 걸쳐 불법건축물 10여채가 무분별하게 자리잡고 있다. 이곳은 원래 도로, 임야 등에 속하는 국·시유지다. 국·시·구유지를 점유해 건축물이 들어설 경우, 행정재산으로 분류돼 대부계약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입찰·행정검토 후 대부계약이 이뤄진 적은 없다. 당연히 화재에도 취약하다.

지자체 관계자는 “세입자, 점유자, 소유자 등을 특정하는 데 다소 어려움이 있다”면서 “무고한 피해자가 없도록 관련한 내용을 철저히 확인해 행정처분 등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강민형·오상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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