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에 만나는 문인화 산책]임금·부귀 상징하던 ‘花王’…민중 염원 담아 다양하게 그려져
상태바
[월요일에 만나는 문인화 산책]임금·부귀 상징하던 ‘花王’…민중 염원 담아 다양하게 그려져
  • 차형석 기자
  • 승인 2024.06.10 0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제목: 모란도 / 재료: 수묵 담채 / 규격: 160×70㎝ / 화제: 富贵吉祥 / 해석: 상서로운 기운으로 사업 번창과 함께 행복한 삶을 영위.
▲ 제목: 모란도 / 재료: 수묵 담채 / 규격: 160×70㎝ / 화제: 富贵吉祥 / 해석: 상서로운 기운으로 사업 번창과 함께 행복한 삶을 영위.

모란(牧丹)은 꽃중의 왕인 ‘화왕(花王)’으로 실제 임금을 상징하기도 하며, 꽃의 생태적 아름다움과 화려함으로 인해 부귀한 자들의 정원에서 귀하게 가꾸어졌고 대접받았다 하여 ‘부귀지화(富貴之花)’로도 상징됐다. 고대 ‘시경’에 이미 모란의 전신인 작약(芍藥)이 사랑의 증표로 등장한다. 또한 약재로 인식됐던 모란이 관상화로 자리 잡았고, 육조시대에 모란이 그림으로 그려졌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중에서

김영랑(1903~1950)은 모란을 사랑한 시인이다. 그는 모란을 통해 삶과 죽음, 그리고 생명의 순환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모란은 ‘삼국사기’와‘삼국유사’ 기록에 의해 7세기 초 당나라에서 들어온 후 화초, 건축의장, 회화, 도자기, 복식, 가구 등 다양한 장식 문양으로 애용됐다. 모란은 신라시대 학자인 설총(薛聰, 655년?~?)의 ‘화왕계’에서도 꽃들의 왕으로 등장하고 있다. 조선 초기 강희안(1414~1468)은 ‘양화소록(養花小錄)’에서 꽃을 9품으로 나누고 그 품성을 논할 때, 모란은 부귀를 취하여 2품에 두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에서 전통적으로 모란은 상징성에 의해 신부의 예복에 모란꽃이 수놓아졌고, 선비들의 소박한 소망을 담은 책거리 그림과 부귀와 공명을 염원하는 모란꽃이 그려졌으며 조선 후기 민간에서도 널리 애용되고 그려졌다.

모란도는 근대에 들어와 민중들의 현실적 염원이 자유로운 형식으로 표현된 만큼 형태 또한 다양하게 그려졌다. 꽃 한 송이를 그리는 데 있어서도 사실성에 근거한 표현이 있는가 하면 도안화한 그림, 유사성을 띠고 형체를 해방시켜 재구성한 추상적 그림 등 다양하다. 이렇듯 우리나라 19세기의 모란도에는 현대미술의 추상성이 드러나고 있다.

회화에서의 추상은 두 가지로 말할 수 있다. 하나는 사실적인 사물을 분해하여 화면에 재구성한 것을 말하고, 다른 하나는 초현실성을 말하는 것으로 꿈과 같은 상상을 형상화하는 것을 말한다. 문인화에 나타난 추상성은 현대미술처럼 난해하기보다는 오히려 쉽고 친근하다. 누구나 알 수 있는 자연의 소재를 단순화시켜 해체하고 재구성함으로써, 현학적인 현대미술이 놓치고 있는 회화의 순수성이 돋보이며 대중들의 공감을 쉽게 불러일으킨다.

이와 같이 모란도의 회화성은 민중들의 정성 어린 붓끝에서 나온 친근한 추상미와 시대를 관통하는 해학에 있으며, 현실을 반영하면서도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이상세계를 그린 데 있다. 중요한 것은 문인화가 지닌 상징체계 못지않게 순수회화로 바라보고, 회화적 관점에서 다양한 작품을 분석하고 논하는 데 있다.

지금의 21세기는 ‘글로콜라이제이션(glocalization)’의 시대다. 글로벌화되는 시대에 한국적인 정체성을 모색하는 인식이 증대됨에 따라 전통적 소재의 현대화에 대한 고민이 지속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문인화의 경우 전통을 통한 정체성의 확인이라는 실질적 역할이 기대된다. 따라서 현대성을 제시하기 위해 현대미술의 주제와 기법, 경향과의 연관성을 확인하고 이를 서구 현대미술의 표현양식의 특징을 문인화와 비교하여 현대성을 추출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현대 문인화에서 모란도를 비롯한 한국적 소재의 현대적 변용과 확산에 대한 또 다른 층위의 활용 방법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현대 문인화는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미메시스로써 재현의 계승이냐, 차용과 변용으로써 새로운 시각을 구축하는 개혁의 현대화냐라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여기에서 우리는 현대 문인화에서의 새로운 이미지 차용에 재료의 확장을 통해 새로운 변용을 만들어내야 한다. 여기에서 전통의 모방이나 원형 그대로의 재현 또한 중요하겠지만 과거 화가들이 자연계의 형태 모방을 뛰어넘어 동시대적으로 새로움을 추구했듯이, 이 또한 오늘날의 감성에 어울리는 다양한 소재의 결합과 색조 변화로 조화로움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글=김찬호 미술평론가·그림=이재영 문인화가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울산 바닷가 미관 해치는 ‘도료광고’ 눈살
  • 트램 통과 구간 공업탑로터리 평면화 여부 촉각
  • [발언대]염포산터널 정체 해소를 위한 제언
  • ‘울산도시철도 1호선’ 공청회, 태화강역~신복교차로 30분, 버스보다 15분 아낄 수 있어
  • 서울산권 도시지역 확장 속도낸다
  • [경상시론]태화강역은 울산의 얼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