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분옥 시조시인의 시조 美學과 절제](43)강산 좋은 경을-김천택(1680~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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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분옥 시조시인의 시조 美學과 절제](43)강산 좋은 경을-김천택(1680~미상)
  • 경상일보
  • 승인 2024.11.1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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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것 없어도 누릴 수 있는 자연

강산 좋은 경을 힘 쎈 이 다툴 양이면
내 힘과 내 분(分)으로 어이하여 얻을 손가
진실로 금할 이 없을 손, 나도 두고 노니노라 -<청구영언>

 

▲ 한분옥 시조시인
▲ 한분옥 시조시인

인류가 직립보행을 한 지 600만년 중에 문명의 도구를 쓰기 시작한 청동기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도 고작 기원전 3000년이라면 5000년을 제외한 599만5000년을 우리 인류는 석기를 다듬어 써 오던 무수한 세월을 자연인 그대로 살아 오늘에 이르렀다.

그들은 밤하늘 별자리를 보면서 먼 길을 걸어왔을 것이며 인류가 아프리카에서 우리가 사는 동아시아로 미대륙으로 넘어갈 때도 모두 밤하늘의 별자리는 그들에게 길잡이가 되었을 것이다.

지구라는 초록별 위에 인간은 무수한 인공구조물을 짓고 파괴하며 남용을 부리고 살아간다. 그래도 아직 남은 자연은 있다. 밤하늘의 별이, 해와 달이 우리 옆으로 흐르는 강이, 씨앗을 뿌리면 돋아나는 흙이 있고 숨 쉴 수 있는 차가운 공기가 있다. 바라보면 꽃이 피고 지고 새잎이 돋아서 낙엽 되고, 하늘은 푸르고 숲은 우거지고 이 얼마나 신선한 축복인가. 부귀와 권력을 독점한 위정자나 권력자가 뺏아 갈 수 없는 것들이 우리 옆에는 아직 무수히 많이 있다. 우리같이 힘없고 권력 없는 자들에게서 이것마저 뺏아 가지는 못하는 것들이 있다.

권력과 돈과 명예를 독점하고, 서로 차지하려고 다투는 보이지 않는 계급 사이에서 다만 눈으로 바라보는 자연과, 숨 쉬는 공기는 나의 몫이 있는 것이다. 아직도 밤하늘에 별은 빛나고 태양은 날마다 떠오르고 아침이 밝으면 또 어둠이 내리고 이 얼마나 끝없는 축복인가. 이것으로 다투지 않으니 이 얼마나 또 행복한가.

날씨도 맑은 오늘 밤엔 교외로 나가 쏟아지는 별자리나 실컷 보고 와야겠다. 그 아름다운 별들, 나 자신이 원시인일 때부터 보아 오던 그 별자리의 추억을 되짚으며 싫도록 보며 누려야겠다.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면 나의 조상에 뿌리를 둔 내가 직접 아프리카를 건너 천산산맥을 넘어오던 그때의 기억을 되살려 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시조작가인 김천택은 중인 신분으로 가진 자들에게 받은 설움을 이렇게 짓고 노래했던 것이다. 시인은 어느 시대나 대접도 없는 창작에 매달리며 배고파도 배고픈 줄도 모르고 한없는 자연의 은혜를 감사해 하며 자족할 따름이다. 한분옥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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