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국립산업기술박물관 유치 백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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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국립산업기술박물관 유치 백지화
  • 석현주 기자
  • 승인 2025.08.18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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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가 오랫동안 추진해온 국립산업기술박물관 유치 사업을 포기하기로 했다.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 실패와 재정 부담, 정부의 무관심 등이 겹치면서 더 이상 추진 동력을 이어가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17일 울산시에 따르면 민선 8기 공약 가운데 하나였던 ‘국립산업기술박물관 유치’ 사업이 폐기 수순을 밟고 있다. 이달 중 주력산업과에서 공약 폐기 안건을 기획실로 넘기면 주민배심원단 심의·의결을 거쳐 공식적으로 확정될 예정이다.

국립산업기술박물관은 대한민국의 산업화와 기술 혁신의 발자취를 집대성하는 전국 단일 산업기술 전문 박물관으로 기획됐다. 울산은 조선·자동차·석유화학·비철금속 등 기간산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산업수도로서 해당 박물관 건립의 최적지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시는 부지 5만8000㎡, 연면적 2만5000㎡ 규모에 6개 전시존과 수장고 등을 갖춘다는 계획이었다. 국가 공약과 연계해 추진 의지를 굳혔다. 박근혜 정부 시절 지역공약 사업으로 처음 확정됐고,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도 반영되며 추진 동력을 확보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실제 추진 과정은 번번이 난관에 부딪혔다. 가장 큰 걸림돌은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였다. 2017년 예타 결과에서 비용편익비율(B/C) 0.16, 종합평가(AHP) 0.226으로 ‘부적정’ 판정을 받았다. 산업사 중심의 전시관 특성상 내방객 기반이 좁고, 연간 운영비만 129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적자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였다.

예타를 피하려면 사업비를 500억원 이하로 줄여야 하지만 이럴 경우 전국 산업기술을 아우르는 종합박물관으로서의 기능은 크게 퇴색될 수밖에 없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국립산업기술박물관은 중앙부처 정책 우선순위에서 완전히 밀려났다. 산업통상자원부조차 더 이상 주요 사업으로 거론하지 않고 있으며, 정부 차원에서 뚜렷한 지원 언급조차 없는 상황이다. 앞서 시는 산업부와 지역 국회의원들을 통해 수차례 건립 건의를 이어갔지만, 정책 환경이 바뀌면서 실현 가능성이 급격히 낮아졌다.

시는 지난해 공약이행 주민배심원단 권고(2024년 9월)에서도 “정부가 적극 추진하지 않고, 여건 변화로 계획대로 이행되지 못한다면 폐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받은 바 있다.

시 내부 검토에서도 박물관 기능 중복 문제가 제기됐다. 울산박물관이 이미 산업역사 전시 기능 일부를 갖추고 있는 상황에서 국립산업기술박물관이 그보다 작은 규모라면 굳이 별도로 추진할 필요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이다.

시는 이번 결정을 통해 국립산업기술박물관 유치 공약을 폐기안으로 조정하고, 주민배심원단 심의·의결 절차를 거쳐 공식적으로 정리할 계획이다. 대신 국제정원박람회, 도시철도 건설, 반구천의 암각화 보존사업 등 국가적 지원이 필수적인 현안에 재정과 행정력을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국립산업기술박물관 유치 포기는 예타 한계, 재정 부담, 정부 무관심, 기능 중복 등 복합적 요인 속에 내려진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산업수도 울산의 위상을 어떻게 이어갈 것인지는 여전히 남겨진 과제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이 울산의 도시 정체성과 산업유산 보존 차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고 지적했다. 또 전국 유일의 산업기술 박물관이라는 상징성은 사라지지만, 산업수도로서의 역사와 정체성을 기록·전시할 다른 대안 마련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울산시 관계자는 “국제정원박람회 등 대규모 예산이 필요한 현안이 산적해 있는 만큼 실효성 있는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라면서 “산업기술박물관 건립은 어렵게 됐지만, 울산박물관 산업전시관 보완이나 산업유산 관광자원화 등 다른 방식을 통해 산업수도의 위상을 이어갈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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