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3일 울산박물관 대강당에서 열린 ‘궁도(활쏘기) 역사 고증을 위한 학술대회’에서 나영일 서울대 명예교수가 이같이 밝혔다.
‘궁도 역사의 고증과 과제’를 주제로 연구 성과를 발표한 나 교수는 암각화 속 활쏘기 사냥꾼 문양은 동아시아 신석기 수렵문화의 결정적 증거이며, 우리나라 스포츠 문화의 최초 기록이라고 주장했다.
나 교수는 “여러 논문을 검토한 결과, 그림의 중첩 현상이 나타나 청동기시대의 흔적이 있지만, 전반적으로 암각화 그림의 편년은 신석기시대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우리나라 수렵도는 1500여 년 전의 무용총 수렵도를 제일 선두에 배치했는데, 그보다 훨씬 앞선 7000여 년 전의 울산 반구천 암각화 수렵도가 그 자리를 차지해야 한다”면서 “반구천 암각화는 우리나라 스포츠문화의 최초 기록”이라고 강조했다.
무용총은 중국 지린성 지안현 통구에 있는 고구려 고분으로 내부의 오른쪽 벽에 수렵도가 그려져 있다. 이 그림은 지금까지 한반도에서 가장 오래된 활쏘기 장면으로, 1500년 전쯤에 그려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반구천 암각화는 이보다 5000여 년 앞선 7000여 년 전의 신석기 유물이다. 이 당시 울산의 조상들은 활을 사용해 사슴 등 큰 동물을 잡았다. 암각화에는 한 사람이 손에 활을 들고 노루·늑대·사슴 등 동물 3마리와 마주하고 있는 그림이 새겨져 있다.
그러면서 그는 활쏘기와 궁도간 용어의 문제, 국내 궁도계의 외연 확장 등 궁도계의 과제도 제시했다.
궁도란 용어가 일본 군국주의를 통해서 들어온 말이라고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지만, 궁도란 용어는 일본보다 우리가 먼저 사용했다는 것이다. 일본의 궁도 역사학자인 이리에 코헤이는 1654년에 <대화류전서>에 궁도란 단어가 처음 등장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보다 200년 앞선 세조 14년(1468)년 <조선왕조실록>에 처음 등장했다.
나 교수는 “궁도란 개념 속에 반구천 암각화의 활쏘기가 들어가야 하고, 활쏘기 또는 궁도로 용어를 통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궁도계의 외연을 확장해 궁도 인구를 대폭 늘리고, 울산시와의 협조를 위해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과 울산연구원이 마련한 이번 학술대회는 지난 5월부터 울산연구원이 진행 중인 ‘울산 활쏘기 활성화 방안 연구’와 관련한 행사로, 반구천의 암각화 ‘활 쏘는 사냥꾼’ 문양에서 시작된 우리나라 활쏘기 역사를 고증하고자 마련됐다. 행사에는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 대한궁도협회, 울산시체육회, 울산궁도협회 관계자와 시민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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