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 펜데믹 완전 종식과 한강의 노벨상 수상 영향 등으로 인해 전년도(836명 2799편)에 비해 응모자와 작품 수가 증가했는데, 특히 소설과 희곡 부문에서 크게 늘었다. 이에 특정 패턴에서 벗어나 다양한 소재를 선택하거나 실험적인 작품도 눈에 띄었다.
지난 7일 본사 8층 회의실에서 열린 예비심사에서 심사위원들은 예년에 비해 늘어난 작품수로 인해 심사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등 어려움을 겪기도 했으나, 다양한 작품을 심사하면서 보람을 느낀 심사였다고 입을 모았다.
부문별 접수작은 시 1518편(345명), 시조 415편(107명), 소설 214편(198명), 동화 117편(111명), 동시 1015편(254명), 희곡 77편(76명)이다. 이 중 시 63편(15명), 시조 31편(10명), 소설 12편(11명), 동화 14편(14명), 동시 71편(20명), 희곡 8편(8명)이 예심을 통과했다. 부문별 예비 심사위원들의 평을 정리한다.
◇시(정익진·송은숙)
올해는 노벨상 수상의 여파인지 문학 전반에 걸쳐 작품 수가 전년에 비해 부쩍 늘어났다. 시 분야도 마찬가지다. 작년에 288명, 응모작 1388편인데 비해 올해는 345명, 1518편의 작품이 접수됐다. 그러나 전반적인 수준은 최고치에 못 미쳐 아쉬웠다. 첫째로 서사는 수식어가 너무 많아 지루했고, 실험시들은 흉내만 낸 것 같아 성공하지 못했다. 여기에 아직도 그리움, 기다림 같은 상투적인 표현이 많이 눈에 띄었다. 그러나 본심에 오른 15명의 시편들은 다른 시들에 비해 월등히 수준이 높아 심사위원으로서 마음이 뿌듯했다.
◇시조(임석)
작년에 86명이 338편을 응모했고, 올해는 107명이 415편을 응모해 작년보다 편수가 늘어난 추세를 보였다. 내용으로는 시조의 음수률이 맞지 않는 작품도 있었고, 그저 일반적인 이야기와 전달력이 떨어지는 작품도 있었지만, 묘사면에서는 괜찮은 작품도 많았다. 10편을 최종으로 넘긴다.
◇소설(마윤제·박숲)
새로운 흐름보다는 기존의 형식과 소재를 벗어나지 못한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다. 가족, 인공지능, 종교문제, 비트코인, 층간소음을 많이 다루었고, 반려동물이 화자로 등장하는 작품들도 있었다. 장점을 중점으로 고른 뒤 단점을 찾아내어 숫자를 줄여가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장점은 잘 직조된 구조, 참신한 소재, 적절한 문장을 통해 주제를 완성하는 것이고, 단점은 작품의 의도가 잘 전달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서 나오는 무의미한 대사 남발, 직설적으로 드러내는 주제 방식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결국 좋은 소설은 충실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새로운 흐름을 보여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단점이 적고 장점이 풍부한 작품 위주로 본심에 올렸다.
◇동화(강경숙·장세련)
응모작이 많은 것이 다행이다. 소재도 다양했다. 현실을 꿰뚫는 혜안과 동화의 기본 요소인 재미와 감동을 적절하게 가미한 작품은 심사의 즐거움을 더했다. 덕분에 본심에 올릴 작품이 예상보다 많았다. 이런 가운데에서도 응모요강에서 벗어났거나 장편 응모작이 있었던 것은 아쉬웠다. 진부한 소재, 기시감이 드는 문장이나 구성의 많은 작품은 과감하게 걸렀음을 밝힌다.
◇동시(이시향)
1000편이 넘는 작품을 한 작품도 소홀히 할 수 없어 꼼꼼하게 읽었다. 심사의 주된 방향은 참신성과 도전적이며 감동이 있는가에 중점을 두고 했다. 작품들 중에는 아직도 동시는 어린이들만 읽는 것으로 생각해서 의태어, 의성어가 많이 들어가고 반복적인 싯구를 쓰는 작품, 평이한 작품이 많았다. 그렇지만 보물을 찾은 듯 눈이 번쩍 뜨이는 작품을 만나기도 해서 읽는 내내 즐거웠다. 특히 동시를 읽거나 쓰는 사람들이 줄어드는데, 경상일보 신춘문예 동시부문에 많은 응모작에 동시인으로서 행복했다.
◇희곡(박태환·배진아)
지난해에 비해 응모작품이 두 배나 많았다. 그래서 작품의 소재가 다양해졌다. 직장이나 직업, 집을 소재로 해 생계와 관련된 문제의식으로 쓰여진 작품,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대한 관심, 그리고 삶과 죽음, 반려동물들을 의인화 한 작품들이 있었다. 다만 희곡은 문학적인 측면과 동시에 연극성을 담보해야 되는데 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작품들이 있어서 아쉬움이 들었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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