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을사년, 문화예술 부흥의 새 지평 여는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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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을사년, 문화예술 부흥의 새 지평 여는 해
  • 이재명 기자
  • 승인 2025.01.20 0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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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영해 시인·전 울산문인협회장
2025년의 새 태양이 솟은 지도 20일이 지났다.

올해는 일제(日帝)가 강제로 을사늑약을 체결하고 내정을 간섭하기 시작한 끔찍한 해로부터 120년이 되는 해이다.

1905년은 다섯 해 후 경술년에 일본이 조선총독부를 설치하고 우리 민족을 36년간 암흑의 시대로 밀어 넣기 위한 서막의 해였다. 그들의 만행은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하고 통감부를 설치하여 전방위적 억압을 가속함으로써, 우리 민족 고유의 문화를 꽃피울 기회를 상당 기간 침탈하였다. 일제강점기는 경제적 착취, 일본식 성명 강요는 물론 전통문화 말살 등으로 민족의 얼을 빼앗고 그들의 정신을 심기 위해 한민족의 삶을 피폐하게 만든, 어처구니없는 시대였다.

그 어두운 식민지 시대로부터 빛을 찾았으나 우리는 한때 엄청난 후유증을 겪었다. 그러나 광복 80주년이 되는 오늘 대한민국은 세계 10대 경제 대국이 되었고, K-문화는 ‘한글’ 배우기 열풍과 함께 세계인의 중심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K-드라마, K-pop은 물론 K-스포츠, 김치와 불고기, 컵라면을 비롯한 K-푸드 등으로 K-culture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이와 발맞추어 올해 울산시의 중점 시책(施策)도 그 윤곽이 드러났다.

울산시는 작년과 같이 ‘문화도시 울산’에 걸맞게 “산업과 문화, 시민 생활이 모두 조화로운 ‘꿈의 도시 울산’을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다채로운 문화와 자연이 있는 유(U)잼도시 울산’의 미래가 기대된다.

다만 유서 깊은 역사와 넓은 인적 자원, 인문학적 자원의 보고인 울산의 문화예술을 심도 있게 보존·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포괄적이고 추상적이기보다는 좀 더 구체적이며 실천 가능한 정책을 연구·개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거창한 대형 프로젝트보다 세심하고 따뜻한 문화 만들기, 시민들의 피부에 와닿는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추진할 지혜가 요구된다.

필자는 단테, 보카치오, 보티첼리, 다빈치, 라파엘로, 미켈란젤로, 로시니, 갈릴레이 등 우수한 문인과 수많은 예술가의 흔적이 스며있는 이탈리아 피렌체를 방문한 적이 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인구 36만의 피렌체에 연 400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간다고 하니 가히 이탈리아 예술·관광의 수도라고 할 만하다. 그곳은 일찍이 서구 문화예술의 획기적 발전을 이룩한 르네상스의 발상지로 도시 전체가 예술 작품이요 거대한 박물관이라 할 만하다.

14세기에 이탈리아에서 시작되어 유럽 전역으로 확대한 문예 부흥 운동은, 두오모 성당이 위치한 이 도시를 중심으로 발흥하였다. 거기에는 15세기부터 문화예술인에 대한 담대한 지원을 통해 300여 년간 르네상스를 꽃피우는 데 큰 역할을 한 ‘메디치가(medici家)’가 있다. 네 명의 교황을 배출한 메디치 가문은 공포의 흑사병이 유행하던 시기에 피렌체를 거점으로 동시대의 학자와 예술가들이 창작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전폭적 후원을 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문화는 그 민족의 정신 수준을 가늠하는 바로미터이다.

울산에는 세계 굴지의 기업들이 자리하고 있고, 문화예술 발전에 남다른 관심을 가진 김두겸 시장이 매년 문화진흥을 위해 폭넓은 관심을 쏟고 있다.

2025년에도 울산 문화예술의 우수성을 더욱 확장, 발전시켜 세계무대에 내놓을 수 있도록 실질적 지원과 관심을 기대한다. 아무래도 지금은 세계적인 K-culture의 부흥에 발맞춰 예술인들의 열망과 시민들의 기대에 부합하기 위해 기업과 사회 각계각층의 남다른 투자와 지지가 필요한 때이다.

을사년 벽두,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지속하고 있지만, 울산시도 새해 시정 운영 방향을 제시한 만큼 대한민국 근대화의 산업수도를 넘어 한국 문화·관광의 중심 도시를 향한 매력 발산의 원년으로 삼았으면 한다.

문화예술의 융성을 위해 유관기관과 기업, 울산시의 더 담대한 지지와 후원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권영해 시인·전 울산문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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