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망 원인 3위…환절기 더 조심해야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3년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폐렴 사망자 수는 2만9422명으로, 전체 사망 원인의 8.3%를 차지하며 전년 대비 증가했다. 이는 암과 심장 질환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치다.
환절기에는 급격한 기온 변화로 인해 폐렴 발병률이 높아진다. 일교차가 커지면 호흡기 점막이 건조해지고 방어 기능이 저하되면서 바이러스나 세균 감염에 취약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노년층이나 만성 질환을 가진 환자의 경우 면역력이 낮아 폐렴 발생 위험이 더욱 커진다.
이승현 동강병원 호흡기센터장은 “폐렴을 흔히 감기와 연관지어 겨울에 많이 발생한다고 생각하는데 11월과 12월, 4월, 5월의 폐렴환자 수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며 “봄에는 일교차가 커지면서 신체의 적응력이 약해지고, 이에 따라 면역력도 약해지면서 폐렴 등 감염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폐렴은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 등 다양한 병원체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대표적인 원인균으로는 폐렴구균이 있으며,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호흡기 세포융합 바이러스(RSV) 등도 폐렴을 유발하는 주요 병원체로 꼽힌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고령자나 당뇨,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 등의 기저질환을 가진 환자는 폐렴에 걸릴 위험이 높다. 감기나 독감이 폐렴으로 악화되는 경우도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이 질환은 초기 감기나 독감과 증상이 비슷해 구별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폐렴의 경우 증상이 악화되면서 기침, 가래, 고열, 호흡곤란 등이 동반된다.
이승현 센터장은 “폐렴은 폐에 생긴 염증 때문에 국소적인 호흡기 증상과 전신 증상이 모두 나타날 수 있다”며 “폐를 둘러싸고 있는 흉막까지 염증이 침범한 경우 호흡할 때나 기침에 따라 통증이 생기기도 하며 심한 경우 의식 저하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노년층에서는 발열 없이 기력 저하, 의식 혼란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러한 증상이 지속되거나 악화될 경우 신속하게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노인은 중증화 위험 높아 예방이 최선
폐렴의 진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기도(코, 인두, 후두, 부비동) 감염증과 폐렴을 구분하는 것이다. 병원에서는 환자의 병력 청취와 검진을 하고, 흉부 X선 촬영을 통해 폐의 음영 변화를 확인해 진단하게 된다. 이 센터장은 “원인이 되는 미생물을 확인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가래를 받아 원인균을 배양하거나 혈액배양검사, 소변항원검사 등으로 원인균을 진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치료는 원인균에 따라 항생제나 항바이러스제를 사용하며, 증상 완화를 위한 대증요법도 함께 시행된다. 치료 후 충분한 휴식과 수분 섭취, 영양 공급이 회복에 도움이 된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환자의 경우 입원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으며, 합병증 발생 여부를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
이 센터장은 “일반적으로 지역사회에서 발생한 폐렴의 경우 세균성 폐렴으로 가정하고 경험적인 항생제 치료를 하고, 원인 미생물이 밝혀지면 그에 맞는 항생제로 바꾸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폐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 개인위생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외출 후 손 씻기를 생활화하고,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한, 폐렴구균 예방 접종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승현 센터장은 “65세 이상 고령자와 만성 질환을 가진 환자는 폐렴구균 예방접종을 받을 것을 권장하고 있다”며 “이와 함께 인플루엔자(독감) 예방접종을 함께 맞으면 독감으로 인한 폐렴 합병증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독감과 폐렴은 다른 질병이기는 하지만 독감 이후 이차성 폐렴이 합병증으로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독감 예방접종도 폐렴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폐렴은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의료기관을 찾아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이 센터장은 “면역력이 약한 노인이나 임산부 등의 경우 폐렴이 갑자기 생기면 손쓸 틈도 없이 사망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폐렴이 의심된다면 빨리 병원을 찾아 전문의의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예방 수칙을 철저히 지키고, 면역력을 강화하는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폐렴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
저작권자 © 울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