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2일 찾은 울산 울주군 범서읍 천상리 울주문화예술회관 내 채움갤러리. 전시장 안으로 들어서자 진한 장미향이 코끝에 스며들었다. 전시장 벽은 장미를 비롯해 나비, 새 등을 그린 붉은 색과 푸른 색 등 강렬한 원색의 입체화된 작품들이 가득 채웠다. 마치 울산대공원 장미원에 온 듯한 느낌이었다. 이곳에서는 이달 11일부터 한지 조형예술 작가 ‘로즈박(본명 박옥경)’의 특별전 ‘꽃 피는 봄이 오면’이 열리고 있다.
전시장에서 만난 로즈박 작가는 전시된 작품들을 하나 하나 설명한 뒤, 특히 500호 크기의 작품(작품명 붉은 우주)에 대해 큰 애정을 드러냈다. 2년전 울산에서 전시회 개최 제안을 받고 약 1년간의 긴 시간 동안 만들었다는 이 작품은 가로 244㎝ 세로 244㎝의 일반 성인 남자의 키를 훌쩍 넘는 대형 작품이다.
로즈박 작가는 “이 작품은 우주와 생명의 근원을 표현했다. 생명이 요동치고 회오리쳐서 시간의 흐름이 과거에서부터 현재, 현재에서부터 미래, 또 미래에서 과거로 흘러가는 순환의 흐름을 표현한 작품이다”라고 설명했다.
로즈박은 전통 한지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해 다양한 예술 작품을 만들어내는 독창적인 작가다. 대부분의 작품들은 모티브를 장미에서 얻으며 한지를 소재로 장미와 한글과의 컬레버레이션, 입체조형과 공간설치 회화, 퍼포먼스 등 창조의 예술을 선보인다.
로즈박 작가는 “장미는 무한한 아름다움이고 여성성이다. 수없이 번식하는 생명력이며 한지는 살아 숨을 쉬고 있는 유기체이다”라며 “제 작품들은 한 마디로 꽃과 생명과 여성을 위한 작품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로즈박 작가는 2013년 5월 현대예술관에서 ‘환상의 로즈랜드展’전을 연 뒤 12년만에 다시 울산에서 두 번째 전시회를 열었다. 그는 “2013년 이동우 관장이 경주에 계실때 만난 인연으로 다시 울산에 오게 되었다”며 “작가와의 만남 때 울산 관람객들이 작품의 뜻에 대해 공감해주고 서서 관람하는 것 뿐 아니라 누워서 보는 등 예술적 관심과 이해도가 높아 깊은 인상이 남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울산은 산업과 문화예술이 잘 융합된다면 살고 싶은 도시가 되지 않을까 한다”며 “앞으로도 피어나는 꽃들과 자유로운 자연처럼 아름다움으로 공감하고 소통하는 작품 세계를 펼쳐 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경북 성주 출생의 로즈박은 예술의 영역을 구속하지 않는 자유로움을 지향하며 회화조형예술가, 퍼포먼스 행위예술가, 시인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경기도 파주에 작업실이 있으며, ‘국경 없는 꽃 로즈박 Sole Art Space’ 관장, ‘로즈박 한지아트연구소’ 원장 등을 맡고 있다.
전시는 내달 19일까지 진행되며,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운영된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지공예 체험프로그램은 전시 기간 매주 토요일 오전 11시와 오후 2시에 두 차례씩, 총 10회 진행된다. 일요일·월요일은 휴관. 입장료는 무료. 문의 980·2270.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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