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기 치료 놓치면 수년까지도 고통
대상포진은 2~10세 아이에게 수두를 일으키는 ‘바리셀라 조스터 바이러스’ 감염이 원인이다. 어릴 때 수두를 앓고 나면 이 바이러스가 신경세포에 잠복하게 되는데, 나이가 들어 신체 면역력이 떨어지면 활동을 재개해 신경절과 신경을 따라 주변으로 퍼지면서 대상포진을 일으키는 것이다.
대개 60대 이상의 고령자에게 나타나는 질환이지만,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이나 장기이식, 항암치료 등으로 면역기능이 떨어진 경우에는 젊은층에서도 발생이 잦은 편이다.
대상포진의 첫 증상은 몸살감기와 비슷한 발열, 피로감과 함께 나타나는 통증이다. 이때는 대상포진의 특징적인 피부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다른 질병으로 오해하기 쉽다. 이후 신경 줄기를 따라 붉은 발진과 물집(수포)이 형성되는데, 증상이 한쪽으로 치우쳐 발생하면서 화끈거리거나 가렵고, 콕콕 찌르는 듯한 통증이 동반하는 게 일반적이다. 또 스치기만 해도 아플 정도의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물집은 약 2주 정도 지나면 딱지가 생기면서 좋아진다.
하지만 이때 치료가 늦어지면 대상포진성 통증은 수주에서 수년간 계속되거나 더 악화할 수도 있다.
환자들은 통증을 ‘수십 개 바늘로 찌르는 듯한 느낌’ ‘벼락이 치는 느낌’ ‘살이 찢어지는 고통’ ‘타는듯한 통증’ 등으로 표현한다. 이 때문에 마약성 진통제에 의존하는 환자들도 상당수다.
동천동강병원 내과 박경현 전문의는 “대상포진에 걸리면 가려움증이나 따끔거림을 느끼다가 보통 수일 사이에 피부에 물집과 발진이 관찰되는 것이 특징이며 주로 몸통이나 엉덩이 부위에 많이 생긴다”며 “하지만 신경이 있는 부위면 팔다리, 얼굴 등 어디에나 생길 수 있고, 해당 부위에 심한 통증과 함께 열이나 두통이 동반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포진 후 신경통은 노인 환자의 약 30%에서 나타나고, 경우에 따라 일반적인 진통제로는 가라앉지 않아 마약성 진통제로 통증을 다스릴 정도로 심각한 후유증”이라며 “따라서 대상포진이 의심될 때에는 방치하지 말고 빨리 병원을 찾아 치료받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항바이러스제 치료…백신 접종 최선
대상포진 치료는 항바이러스제를 기본으로 하며, 증상의 심한 정도에 따라 진통제나 신경통 완화제를 추가로 처방받을 수 있다.
박 전문의는 “바이러스의 복제화와 확산을 억제하고 급성 통증과 바이러스에 의한 신경 손상을 감소시키는 것이 대상포진 후 신경통 발생 확률을 낮출 수 있기 때문에 발병 초기에 항바이러스제를 투약하는 것이 가장 치료효과가 좋다”고 말했다.
대상포진을 예방하려면 현재로서는 백신을 접종하는 게 최선이다. 접종 연령은 50대 이상이 권고된다. 다만 대상포진은 아직 국가 예방접종에 포함되지 않아 백신 접종 비용을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최근에 나온 대상포진 백신의 경우 예방 효과가 90% 이상이고, 보호 효과가 5년 이상에 달하지만 2회에 걸친 접종 비용이 50만원 이상으로 비싼 게 큰 단점이다.
대상포진은 면역력 저하가 주된 원인이어서 젊은 층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피로 누적이나 과도한 다이어트, 불규칙한 생활습관, 스트레스 같은 일상적인 상황부터 항암치료를 받고 있거나 면역력 결핍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에도 쉽게 발생할 수 있어 나이를 불문하고 겪을 수 있는 질환이다. 실제로 2023년도 대상포진 환자 75만명 중 20~30대 환자는 12만명에 달했다.
이에 평소 생활 습관으로는 스트레스 관리와 충분한 수면이 대상포진 예방에 매우 중요하다.
중앙대병원 예방의학과 연구팀이 2008~2018년 한국의료패널조사에 참여한 성인 7만8896명(평균 나이 51세)을 분석해 국제학술지(Journal of Psychiatric Research) 최신호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심한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은 대상포진 위험을 크게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전문의는 “평소 생활습관을 점검해 건강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면서 “영양이 고루 잡힌 식습관과 가벼운 운동을 생활화하고, 평소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도록 휴식을 취하는 방법을 스스로 실천하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50세 이상이라면 대상포진 백신을 접종받는 것을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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