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CEO포럼]작은 불씨에서 발생한 큰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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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CEO포럼]작은 불씨에서 발생한 큰 책임
  • 경상일보
  • 승인 2025.03.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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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순영 변호사 본보 차세대CEO아카데미5기

동시다발적으로 대형 산불이 발생하고 있다. 산불을 진화하던 대원이 사망하거나 다치고, 인근 주민 수천명이 대피하는 등 피해가 막심한 상황이다. 엄청난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를 발생시킨 산불은 대부분 사소한 부주의에서 시작됐다.

산림 화재를 일으킨 행위자는 실화죄 또는 업무상실화죄의 책임을 질 수 있다. 형법 제170조 제1항에는 과실로 물건 또는 타인 소유 물건을 불태운 자에게 1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선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형법 제171조에는 업무상과실 혹은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경우에는 3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업무상과실이란 일정한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이 그 업무를 수행할 때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게을리한 경우를 의미한다. 업무상과실 유무를 판단할 때는 작업의 성격이 직업적으로 계속되는 것인지, 개인적으로 일회성에 그치는 것인지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경남 산청군 시천면 소재의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은 농장 운영주가 잡초 제거를 위해 사용한 예초기에서 불씨가 튀어 발화되었다고 추정된다. 이는 업무상과실에 해당할 수 있다. 농장 운영주의 잡초 제거는 농장관리의 일환으로 볼 수 있고, 계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수행되는 사무의 성격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예초기 사용자는 작업시 안전조치를 취할 주의의무가 있는데, 이를 위반해 화재가 발생한 경우 실화죄에서의 과실이 인정될 수 있다.

산림보호법 제53조 제5항에도 과실로 인해 타인의 산림을 태운 자나 과실로 자기 산림을 불에 태워 공공을 위험에 빠뜨린 자에게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 선고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울산 울주군 온양읍 소재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은 농막에서 용접 작업을 하던 중 불씨가 시작된 것으로 파악된다. 과거 2020년 전남 보성군에서 용접 작업 중 발생한 불똥이 주변 잔디에 떨어져 산불이 발생한 사건이 있었다. 용접 작업자 옆에서 물을 뿌리는 역할을 맡았던 현장책임자가 물을 충분히 뿌리지 않은 채 작업을 중단한 과실이 인정되어 산림보호법위반죄로 용접작업자와 현장책임자에게 징역 4개월, 집행유예 2년의 판결이 선고됐다. 용접 작업을 할 때는 주변 가연물을 제거하고, 작업 후 남은 불씨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했다면 산림보호법상 과실이 인정될 수 있다.

형법상 책임과는 별도로 민사상 손해배상책임도 질 수 있다. 민법 제750조는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을 규정한다.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예초기나 용접 작업 중 필요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우, 과실과 불법행위가 인정되어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 다만, 실화의 특수성을 고려해 실화자에게 중대한 과실이 없다면 그 손해배상액을 경감할 수 있도록 실화책임법을 특례법으로 제정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화재의 원인과 규모, 피해 확대의 원인, 피해 확대를 방지하기 위한 실화자의 노력, 배상의무자의 경제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손해배상액을 판단하게 된다.

이처럼 작은 불씨로 산불이 발생한 경우, 발화자는 실화죄 혹은 산림보호법 위반죄로 처벌받을 수 있고, 그 밖의 민사상 불법행위의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법적 책임보다 중요한 건 예방이다. 이번 산불로 인해 진화대원들이 사망하고 크게 다쳤으며, 인근 주민들은 대피소에서 불안에 떨며 밤을 지새웠다. 어떤 법으로도 이들의 아픔을 위로할 수는 없고, 이미 발생한 피해를 회복할 수 없다.

건조한 날씨에 대형 산불을 예방하기 위한 작은 실천들이 요구된다. 조금이라도 화재 발생 가능성이 있다면 충분한 안전조치를 취하고, 불씨가 완전히 제거되었는지 확인하는 등 주의의무를 다해야 한다. 작은 부주의가 대형 산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화재는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박순영 변호사 본보 차세대CEO아카데미5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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