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핵·치루·치열 등 따라 접근법 달라
사람들은 항문에 질환이 생기면 일반적으로 치질에 걸렸다는 표현을 쓴다. 하지만 항문질환에는 치핵을 비롯해 치루, 치열, 항문협착증 등 다양한 질환이 있다. 이 중 발병의 빈도를 따져 가장 많은 치핵이 바로 우리가 말하는 치질이다. 오랫동안 쓰이면서 치질이 곧 치핵, 또 치루, 치열 등을 모두 아우르는 단어로 잘못 쓰이고 있는 것이다.
우선 ‘치핵’은 항문 주변의 혈관과 결합 조직이 덩어리를 이뤄 돌출되거나 출혈이 되는 현상을 말한다.
김승범 서울산보람병원 부원장은 “치핵은 여러 가지 이유로 항문 점막내 혈관이 확장돼 주변의 결체 조직과 함께 하나의 덩어리를 만들어 생기는 병”이라며 “한마디로 치핵의 본질은 혈관이라 출혈이나 통증, 항문 탈출 등의 증상을 유발하는데 암을 제외한 전체 양성 항문질환의 50~60%를 차지할 정도로 빈도가 높다”고 말했다.
치핵은 항문상부(내)냐 하부(외)냐에 따라 내치핵(암치질)과 외치핵(숫치질)로 나뉘고, 내치핵은 정도에 따라 1도에서 4도로 분류된다. 1도는 치핵은 형성돼 있으나 제반 증상이 거의 없는 경우이고, 2도는 형성된 치핵이 배변시 항문밖으로 탈출되나 배변 후 자연 정복이 되는 경우다. 3도가 되면 탈출된 치핵이 손으로 밀어넣어야만 정복되는 경우이고, 4도가 되면 손으로 밀어넣어도 정복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김 부원장은 “일반적으로 1도, 2도는 비수술적 요법을 3도, 4도는 수술적 요법(치핵절제술)을 권한다”며 “비수술적 요법으로는 온수좌욕, 연화제사용, 혈관강화제, 고섬유식, 수분섭취, 배변습관 교정 등이 기본이나 경우에 따라 고무밴드 결찰법, 경화제 주사 등이 사용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항문질환인 ‘치루’는 항문선의 안쪽과 항문 바깥쪽 피부 사이에 터널이 생겨 구멍으로 분비물이 나오는 현상을 말한다.
치루의 ‘루’는 터널을 의미하는데 항문 주위의 피부와 항문안쪽의 점막 사이에 길이 만들어져 항문이 굳게 닫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항문내 내용물이 그 터널을 통해 피부쪽으로 스며나오게 된다. 항문관내에는 우리가 대변을 볼 때 원활한 배출을 위해 윤활유 역할을 하는 분비물을 내보내는 항문선이 있는데, 이 항문선의 염증이 항문 주위 농양의 주된 원인이고, 이러한 농양의 약 50~60%가 만성화돼 치루로 발전하게 된다.
◇생활습관 개선과 초기 치료가 필수
김 부원장은 “직장이나 항문 주위에 농양이 발생하면 신속하고 안전하게 절개 및 배농을 시행해 치루로 발전하는 것을 막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치루는 항문에 생기는 양성 질환 중 유일하게 적절한 치료 없이 많은 시간(보통 10년 이상)이 경과하면 악성 종양(암)으로 변화될 수 있고, 염증이 반복돼 복잡 치루로 발전하게 되면 후에 수술시 괄약근의 손상을 초래해 변실금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조기에 적절한 수술적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치열’은 항문관 주위가 찢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항문 점막이 마치 칼에 벤 듯이 세로로 찢어져 배변 시 심한 통증과 함께 출혈이 발생한다. 내괄약근의 긴장도가 필요 이상으로 강해 휴식기에는 항문이 굳게 닫혀있어 좋으나 배변 시에는 괄약근 이완이 충분히 되지 않아 좁아진 항문으로 변이 나오면서 항문 점막에 상처를 주게 되는 것이다.
김 부원장은 “심한 변비가 치열의 원인이 되지만, 배변 시 내괄약근이 비정상적으로 경직되거나 충분히 이완되지 않는 경우도 치열이 발생할 수 있다”며 “발생 2~3주 내의 급성 치열은 변을 무르게 하는 등의 비수술적 요법이 원칙이나 일단 4주 이상 경과했거나 내과적 치료 후 재발한 치열의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치핵, 치루, 치열 등은 단독으로 또는 동반해 발생할 수 있고 병리나 치료에서 항문괄약근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고 설명했다.
항문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생활습관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김 부원장은 “대변을 위한 화장실 사용은 5분 이내로 최소화하고 배변 시 책이나 휴대폰을 보는 일은 되도록 하지 않는 것이 좋다”며 “또 배변 후 항문 주변을 씻어서 청결을 유지하고, 좌욕을 생활화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일단 증상이 생기면 빠른 시간 내 병원을 방문해 전문가와 상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고 식이섬유가 많은 채소 위주의 식생활, 장시간 앉아서 일을 할 경우에는 주기적으로 항문에 힘을 주는 운동 등을 권고했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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