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당기기 놀이는 마을 공동 우물에 깨끗한 물이 계속 솟아나기를 기원하는 마을의 행사이다. 상수도 시설의 보급으로 의식이 사라졌다가 근래 무형유산의 계승을 위해 재현되고 있다.
요즘은 집에서 바로 수전을 통해 물을 부족함 없이 사용할 수 있으니, 이런 의식의 필요성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생활에서 당연하다 생각하지만 실제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렇지 못한 것들이 많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세탁기다.
한국에서 세탁기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한국 최초의 세탁기는 금성사(현 LG전자)에서 제작한 것으로 제품명은 ‘백조’이며, 모델명은 ‘WP-181’이었다. 당시에는 사치품으로 인식되어 판매가 저조했다.
1970년대 신문의 세탁기 광고를 보면 “빨래는 시간낭비입니다” “빨래는 세탁기에게 맡기고 여유로운 현대 가정을 가꾸어보세요” 등 세탁기의 효율성과 편리함을 엄청나게 강조하였고, 이와 함께 지속적인 기술개발을 통해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대중화되어 가정의 필수품이 되었다.
울산박물관으로 온 세탁기는 1980년대 사용하던 것으로 금성백조세탁기와 금성자동세탁기이다.
기증자이신 최훈석님은 수 십년 전 가정의 모습을 추억해 볼 수 있는 자료로 기억되길 바라며 이 세탁기들을 기증해 주셨다.
이 중 금성백조세탁기의 모델명은 ‘WP-350B’이며, 1980년대 당시 출시 가격은 19만원이었다. 본체 상단 오른쪽에는 제조사와 모델명, 세탁 용량(3.5㎏) 등의 기재되어 있으며, 용량 조절 스위치와 탈수 타이머가 있다. 왼쪽으로는 세탁타이머, 수류전환 버튼 등이 있다. 세탁기 상단부의 코딩지는 대부분 벗겨져 있고, 본체에도 얼룩이 심해 오랜 기간에 걸쳐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가사노동의 시간을 절약하고, 생활을 윤택하게 해준 세탁기는 지금 생활에서 너무나도 당연한 필수품이라 왜 박물관에서 기증을 받았을까 하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박물관은 역사, 고고, 민속, 예술, 과학, 기술, 산업 등과 관련된 자료를 수집, 관리, 보존, 조사, 전시, 교육하는 시설이다.
지금의 생활필수품은 인류의 혁신적인 기술과 산업의 발전이며, 삶에 상당한 변화를 초래한 것들이므로 박물관에서 당연히 수집하여 관리하고 대중에게 선보여야 한다.
집에서 오래된 물건은 항상 함께해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아무도 기증하지 않은 것들이 많이 있다. 그것들의 쓰임과 필요를 다시 한번 생각하여 울산박물관으로 많은 분들의 기증 문의가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윤진 울산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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