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향한 굳은 일편단심
금생여수라 한들 물마다 금이 나며
옥출곤강(玉出崑崗)이라 한들 뫼마다 옥이 나며
아무리 여필종부(女必從夫)라 한들 임마다 쫓을 건가. <해동가요>

힘과 운동상태의 관계를 다루는 작용, 반작용의 역학 관계가 자연과학에만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사람살이 인간관계에 있어서나 군사전략에서도 하물며 연인 사이 또한 부부 사이에서도 무엇이든 극단으로 가면 되돌아오는 반동(反動)에 파형이 있게 마련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물체의 상태는 평형을 이루어 정지하고자 하는 관성의 법칙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노자는 원상태로 되돌아오는 것이 도(道)의 움직임, 도가(道家)의 기본이라고 했고, 유가(儒家)에서 중시하는 중용(中庸)도 여기서 출발한다. 사실 무슨 일에 있어서나 지나치면 부족한 것만 못하다.
오늘 우리의 정치 현실에서 보면 ‘굽은 나무 선산 지킨다’는 속담이 교훈이 되고 있다. 휘어질망정 꺾이지 않는 내면의 역학을 쌓을 필요를 느낀다. 그러한 내공을 쌓는 것이 곧 정치의 최고수인 것이다.
정치 현실은 늘 상대가 있기에 군사전략과도 같은 것이어서 한시도 방심하지 못하는 것이다. “나를 따르라 나는 간다.” 이런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타협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것으로 승리를 이끌어내야 한다. 왜 삼국지가 시대를 뛰어넘는 명저인지를 그 시대의 과감한 군사전략과 심오한 통찰력을 가진 수 많은 명장들의 실제를 보고 배우기 때문이다.
박팽년은 성삼문과 함께 훈민정음 창제에 참여했다. 세종의 총애를 받은 수재였다. 박팽년은 세조를 상감이라 부르지 않고 언제나 “나는 상왕(단종)의 신하지 나으리의 신하가 아닙니다” 라고 하며 ‘나으리’라고만 했다. 세조가 즉위한 뒤 충청도 관찰사로 있던 동안 조정에 올리는 글 가운데 신(臣)을 거(巨)로 바꿔 썼으나 조정에서는 몰랐다고 한다.
이듬해 형조참판이 되어 단종(端宗) 복위를 꾀하다 세조에게 죽임을 당한 사육신 가운데 한 사람이다.
충신은 불사이군(不事二君) 하지 않고, 열녀 또한 두 문중을 섬기지 않는다. 충과 절은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지켜지는 것이 인륜의 법이며 도인 것이다.
한분옥 시조시인